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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4일 17: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의 코프로모션은 그간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력에 국내 제약사의 촘촘한 영업망을 더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경쟁 구도에 있던 국내 제약사들 간 협력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들은 경쟁을 잠시 내려두고 손을 맞잡았을까. <IB토마토>는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공동 성장 전략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 국내 제약사 간 협력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협력 모델까지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정부의 의약품 약가인하 기조 유지가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방어와 비용 절감을 위한 국내 제약사 간 전략적 공조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단순 판매 협력을 넘어서 연구개발(R&D)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사례도 늘면서 이른바 '생존 동맹'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회 약가인하 유예 촉구 결의문 낭독 장면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 개편 숨고르기…인하 기조 유지 시 수익성 악화 불가피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신약을 제외한 의약품의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내리는 내용이 포함된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놨고, 업계 반발이 거세지며 제도 시행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이달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약가 인하 추진은 일시적인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선안대로 약가 산정기준을 대폭 낮출 경우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고용을 위한 핵심 재원이 줄어들어 △신약개발 지연 △설비투자 축소 △글로벌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이번 건정심 소위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 자체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전히 개별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고정비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제약사 간 판매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면서 더욱 많은 협력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협력의 범위를 신약 개발의 단계까지 확대하는 사례도 존재해 제약사간 협력은 더욱 다양하고 긴밀해질 전망이다.
앞서 신약 판매 코프로모션 사례로 살펴봤던
HK이노엔(195940)이 이미 다른 제약사와의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 2023년 9월6일
동아에스티(170900)와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에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표적단백질분해(TPD) 기반 기술을 접목해 EGFR L858R 변이를 타깃하는 차세대 EGFR 분해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해당 프로젝트는 비임상 연구 단계에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4월 세계 3대 암학회로 손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EGFR 표적 단백질 분해제 'SC2073(IN-207039)'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한 바 있다.
제약사 생존동맹 확산 전망…공동 개발·판매 계약도 눈길
동아에스티는 해당 계약 이후에도 타사와의 연구개발 협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4년 5월에는
일동제약(249420)그룹의 신약개발 전문 회사 아이디언스의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섰다. 회사는 약 25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해
일동홀딩스(000230)의 뒤를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아이디언스의 2024년도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동아에스티의 지분율은 37.63%, 일동홀딩스의 지분율은 47.33%다.
이와 함께 회사는 아이디언스가 개발 중인 PARP 저해제 '베나다파립' 병용요법에 관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단순 투자를 넘어서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동아에스티는 베나다파립과 병용투여 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으며, 자사의 항암제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일동제약그룹 역시 또 다른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를 활용해 연구개발 협력 기반을 다졌다. 같은 달 29일 유노비아가
대원제약(003220)과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소화성궤양용제 신약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해당 계약에 따라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후보물질 ID120040002(성분명 파도프라잔, 대원제약 개발명 DW-4421)와 관련한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하게 됐다.
유노비아의 경우 대원제약으로부터 일정 액수의 계약금과 함께 상업화 시 로열티 등을 수령하게 되며, 향후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 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당시 백인환 대원제약 대표는 “국내 제약사 사이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의 각 단계를 나누어 공동 개발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게 됐다”며 “소화기계 치료제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만큼 우수한 신약을 조속히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원제약 측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DW-4421의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하고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까지 완료, 올해 초 임상에 본격 돌입하며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공동 개발, 공동 판매를 동시에 추진하는 협력 모델은 R&D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향후 제품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간 협력이 단순 코프로모션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신뢰를 축적하는 계기로 작용하며 업계 내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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