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에서 완패를 넘어 참패를 당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광산을, 경기 수원정(영통), 전남 나주화순·담양함평영광장성 4곳에서만 당선을 확정지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영통을 제외한 경기 5곳과 충청권 3곳을 싹쓸이했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인 전남의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허용했다.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등을 돌린 것.
노회찬 정의당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진 서울 동작을과, 송철호 무소속 후보가 낙선한 울산 남을을 제외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13곳에서 맞붙어 4승 9패를 거둔 셈이다.
스코어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패배지만 내용 또한 최악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 후보가 순천곡성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것은 이번 선거를 넘어 사상 초유의 이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90%의 지지를 보냈던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1년 반이 지난 뒤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후보를 선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호남 민심의 이반은 광주에서도 확인됐다. 비록 권은희 후보가 당선은 됐지만 광산을 주민들은 전국 최저 투표율(22.3%)로 권 후보를 외면했다. 60%를 간신히 넘긴 득표율 역시 실패한 전략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패배도 뼈아프다. 유력 잠룡군에 포함되는 김 후보와 손 후보는 수원병(팔달)과 김포에 나란히 출격했으나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김용남·홍철호 후보에게 지고 말았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7.30 재보선 경기 수원병(팔달) 후보가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낙선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2018년 대선을 위해서라도 손 후보나 김 후보 같은 거물을 키워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결과적으로 당의 소중한 자산을 허비한 꼴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 새누리당이 반대 중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관철은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재보선 패배가 짙어지자 "승패를 떠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세월호 특별법을 꼭 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정쟁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 참사와, 세월호 침몰 사고로 드러난 정권의 무능·무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선 결과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19대 총선보다 더 많은 원내 158석을 확보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선 전략공천을 단행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책임론과 더불어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여 제1야당은 속절없이 격랑 속에 빠져들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대야소' 국면 유지에 성공한 선거 패배를 빠르게 수습하고 새누리당에 맞서는 야권의 맏형으로, 제1야당으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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