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이 최악의 참패를 당하면서 당장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존망이 위태롭다. 당 안팎에서는 31일 동반사퇴 전망까지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로부터 유린을 당했다. 김 대표가 "회초리로 새누리당을 때려달라"고 호소했지만 국민은 새정치연합을 향해 매를 들었다.
전통적 텃밭인 호남의 전남 곡성·순천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 것은 물론, 수도권에선 지난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신인들에게 참패했다.
또 호남 이외의 유일한 승리 지역인 수원정(영통)에서 박광온 후보가 승리를 거뒀지만, 그동안의 압도적인 승리대신 신승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인 김진표 전 의원이 총력지원에 나섰음에도 가까스로 승리한 것이다.
최악의 패배로 이번 재보선의 전체적인 판을 짠 김·안 공동대표의 사퇴 요구가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됐던 전략공천 실패의 책임론이 정면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정국적으로 유리한 타이밍이었다는 점도 김·안 공동대표의 실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계속되는 미온적인 대응과 연이은 내각 '인사 실패'로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두 공동대표는 무리한 전략공천과 야권 단일화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이번 완패를 자초했다. 이들은 전략공천에 대한 당내 비난여론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최적 최강의 후보를 공천했다"고 항변했지만, 이번 패배로 무색하게 됐다.
시작은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이었다. 두 공동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를 한 뒤,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무리하게 동작을에 전략 공천하며 당을 격랑 속에 빠뜨렸다.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 등 기존 동작을 출마자들이 당의 전략공천 계획에 대해 강력 경고를 내리며, 분란이 예상됐지만 두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공천을 밀어붙였다. 결국 허 전 위원장은 당 대표실을 점거한데 이어, 기동민 후보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거칠게 항의했다.
허 전 위원장의 항의 장면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전략공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두 대표는 깊어가는 내홍을 외면한 채 "최적 최강의 후보를 공천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안 공동대표가 만든 내홍은 기동민 전 후보가 수습했다. 진보진영의 중견인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 전격적인 단일화를 이뤄낸 것이다. 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야권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김·안 공동대표는 "후보끼리의 문제"라며 등을 돌렸다.
'당대 당'의 연대는 야합으로 보일 수 있다는 논리였지만, 결국 전략공천의 후유증으로 평가되면서 민심을 불편하게 했다.
단일화 성사 이후 박영선 원내대표와 당내 거물인 문재인 의원까지 단일 후보인 노 후보를 찾아 합동유세를 벌였지만 두 후보는 한번도 노 후보를 찾지 않았다. 명분에서 벗어난 일이라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이같은 두 공동대표의 태도가 뒤늦게 추진력이 붙은 단일화의 상승세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News1
당선에 성공은 했지만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광주 광산을 후보)의 공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 공동대표가 권 당선자의 공천카드를 꺼낼 당시, 조경태 최고위원 등은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 권 당선자 공천 후 새누리당은 권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선거판 이슈의 중심으로 끌어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전략은 권 당선자를 흔들 경우 전체 선거 판세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배경이 됐고 결국 그대로 들어맞았다.
권 당선자의 공천은 이정현 전남 곡성·순천 후보 당선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새정치연합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생각으로 지도부가 권 당선자를 무리하게 내리 꽂으며 호남을 무시했다는 평가다.
김·안 공동대표가 손학규(팔달)·박광온(영통)·백혜련(권선) 후보를 '수원벨트'라는 이름으로 묶어 전략공천한 것도 실패했다.
수원 전선을 이끌어주길 기대했던 손학규 후보는 낮은 지지율의 위기감 속에서 자신의 선거에만 집중했지만 정치신인에 패배했다.
압도적으로 당내 경선을 뚫고 경기 김포에 출마했던 김두관 후보도 마찬가지로 정치신인에게 패하며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됐다.
최악의 결과가 나온 가운데 두 공동대표의 사퇴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의 책임론은 물론이고,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두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당장 두 대표는 선거 당일인 30일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31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향후 진로에 대해 측근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가 설사 즉각적인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엔 당내를 중심으로 두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대표가 사퇴하게 될 경우, 당은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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