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삼성전자, 하반기도 먹구름(종합)
스마트폰 사업에서 영업익 2조원 증발..메모리·TV '고군분투'
2014-07-31 13:54:05 2014-07-31 17:40:0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이 2분기를 기점으로 확연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갤럭시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매출 228조원, 영업이익 36조원의 대기록을 수립한 이후 급격히 거품이 빠지는 형국이다. 2분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역시 지난해 수준(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의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삼성전자는 31일 2분기 영업이익 7조19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5300억원)보다 24.6% 줄어든 수치다. 직전 분기였던 1분기(8조4900억원)보다도 15.3%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6조4600억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IM 부문 영업이익 2조원 증발..'갤럭시 잔치' 끝?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휴대폰 사업의 하향세다. 지난 분기 6조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IM(IT·모바일) 부문은 2분기 4조42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원 이상 수익성이 추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9.94% 수익성이 악화됐다. 갤럭시 시리즈가 등장한 이후 IM 부문에서 20% 가까운 영업이익 하락세를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한계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이외에도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으로 프리미엄 시장 둔화를 상쇄해 왔다. 스마트폰 위기론이 팽배했던 올 1분기에도 IM부문은 6조원대 중반의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덜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질적 성장과 애플의 반격이 뼈아팠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의 휴대폰 출하량은 7730만대에서 7040만대로 3.9%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32.3%에서 7.1%포인트나 줄어든 25.2%로 나타났다.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기업들이 자국의 막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의 영역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프리미엄급에서는 아이폰5S의 선전에 힘입은 애플의 공세가 거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부품사에도 직격타..메모리만 고군분투
 
삼성전자 IM 부문의 부진은 부품 사업에도 직격탄이 됐다. 수직 계열화된 납품 구조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실적이 줄줄이 연쇄 붕괴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22.6%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0.35% 감소했다. 캐시카우인 스마트폰용 유기형발괄다이오드(OLED)의 고객사가 삼성전자 외에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 마땅한 대안도 없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메모리 사업부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시스템LSI 사업부가 골칫거리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모든 분야에서 두 자릿수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원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고, 매출 역시 10조원 달성이 버거운 상황이다. IM 부문의 하락세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문의 선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탈삼성 기조가 파운드리 사업의 '보릿고개'를 초래하고 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2분기 반도체 부문과 함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신장세를 나타내며 간판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웠지만, 전체 실적에 기여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UHD TV 판매가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이나 규모 측면에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홈, 스마트가전 사업 등을 추진 중이지만 상용화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불투명한 하반기 실적.."변수 많아 예측 불가"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역시 지난해 수준의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원화 강세로 인한 타격은 비교적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 시장 포화 속에 갤럭시S5 판매 감소가 심화되고,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경쟁과 마진 압박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는 메모리 사업은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면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스템LSI 사업은 거래선 수요 약세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20나노 파운드리를 강화해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대만의 TSMC 등에 비해 여전히 가격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이 열세다.
 
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사업은 프리미엄급 TV 패널 판매 증가로 실적 성장이 기대되지만, OLED 패널 사업은 판매 증가세 둔화와 중가 제품 증가에 따라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다행히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의 경우 비교적 전망이 밝은 편이다. CE 부문은 성수기 속 커브드 TV, UHD TV 등 프리미엄급 TV 판매 확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스마트폰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여전히 수익률이 버겁다.
 
이승우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대 이후의 추가 성장을 위한 삼성의 히든카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은 7조6000억원으로 소폭 회복하는 데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전망에 대해 "전사적 영향을 끼쳤던 원화 환율의 추가적인 절상은 2분기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무선사업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메모리 사업은 3분기 성수기 효과로 실적 호조세가 강화되면서 전사 실적 기여도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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