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활성화 사각지대)②금융권역 허물기..증권사는 '봉'
은행권 쏠림현상 불보듯.."연속성 있는 자본시장 발전방안 필요"
2014-08-04 11:00:00 2014-08-05 10:40:13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산업 '겸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산업 '경계허물기'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풀기로 하면서 '상대적 약자'인 금융투자업계가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겸업화는 2000년대 중반 금융산업의 최대 화두였지만, 불완전판매와 업권간 치열한 로비, 상호비방이 격해지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성 퇴조' 우려.."지속가능한 금융투자업 발전방안 절실"
 
"평화적인 경계허물기는 약자 처지에서 봤을 때만 가능한 겁니다. 판세가 다 보이는 무대에서 누가 봉이 될지는 정해진 게 아닐까요."
 
최근 당국의 금융업 규제완화 정책을 대하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자조 섞인 얘기다.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경계허물기보다는 각각의 업권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벽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권별 전문성 퇴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형증권사 관계자는 "여수신 기능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과 장기자산의 운용성과가 중요한 보험, 적극적 리스크 감내를 통한 추가 성과를 추구하는 증권의 차별성이 약해진다는 것은 오히려 채널이 넓고 다양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은행이 금융시장을 전부 장악해버리는 결과가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은행의 영향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현실에서 리스크 관리라는 이유로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영역이 더 좁아진다는데 기인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론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금융은 백년지대계다. 당장 리스크를 키우는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에 부담이겠으나 금융투자 5개년 계획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권이 바뀐다고 새롭게 뒤집지 말고 좋은 정책을 정권에 상관없이 이어갈 수 있는 연속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만능통장 수혜..은행권 독보적 우위 차지"
 
최근 당국이 내놓은 금융규제 개혁방안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도입이다. ISA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소득공제장기펀드, 재형저축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로 묶어 관리하며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만능통장'이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세제 혜택 부여단위 또한 권역별 한계가 뚜렷한 상품이 아니라 모든 금융사가 취급할 수 있는 계좌로 바뀌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전 은행, 증권, 보험, 상호금융 등 개별 권역차원에서 이뤄지던 것이 통합됐다. 퇴직연금에 이어 두 번째"라며 "권역간 경쟁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 퇴직연금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은행권이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한 시장이 됐다. 업권간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핵심인 장기운용수익보다는 안정성만 강조하다 보니 확정급여형(DB)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은행, 보험, 증권 순으로 파이가 극명하게 갈렸다"며 "원래는 확정기여형(DC)을 통해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은행이 미래자산을 위험하게 굴릴 수 없다는 논리로 DB를 강조한 결과 증권사마저도 이에 대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금융자산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권역별 침투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금융투자업계는 기존 금융상품 판매채널의 시장 점유율 잠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펀드슈퍼마켓과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 활성화에 따라 기존 판매 채널을 잠식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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