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소비세 인상 여파로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부진한 경제 성적표에도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日, 4~6월 GDP 연율 기준 6.8% 위축..3년來 최대 감소폭
13일 일본 내각부는 4~6월 GDP가 연율 기준으로 6.8%(연율 환산·예비치) 감소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의 플러스에서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한 것으로, 마이너스(-) 6.9%를 기록했던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기도 하다. 다만 7.1% 위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양호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1.7%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직전 분기의 1.5% 성장에서 위축세로 돌아선 것이지만 사전 전망치 1.8% 위축은 상회했다.
특히, 일본 경제의 약 60%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지출은 전분기 대비 5% 줄어 7분기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기업 지출도 2.5% 줄었고, 주택 투자 역시 10.3%나 감소했다.
이날 직전 분기의 GDP 결과도 하향 조정됐다. 1분기 GDP는 연율 기준으로 종전의 6.7%에서 6.1% 성장으로 낮아졌으며, 전분기 대비로는 1.6%에서 1.5%로 내려갔다.
◇일본 GDP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역성장 예견된 것"..소비세 인상 충격 불가피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일본 경제의 역성장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세가 지난 4월 종전의 5%에서 8%로 인상된 탓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10%로 추가 인상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출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소비 지출은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꾸준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소매판매 역시 4월 이후 세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가 줄면서 기업들의 투자 활동 역시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5월 일본의 핵심기계수주는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월 대비 19.5%나 급감했다.
일본은 앞서 지난 1997년에도 소비세를 기존의 3%에서 5%로 인상한 뒤 장기침체 국면에 빠진 적 있다.
나오미 핑크 유로퍼시픽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미 이전부터 일본 GDP 감소를 예견했었다"며 "소비세 인상에 따른 영향을 알고 있었던 만큼 이날 결과는 시장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토 요시로 크레디트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도 "4월 소비세 인상이 소비, 주택투자, 설비투자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세 인상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세도 3.0% 줄어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오히려 느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은 "소비세 인상 영향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며 "소비세 인상 전 3배 급증했던 대형 냉장고와 에어컨 판매는 4월에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재고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日경제 전망 불투명..BOJ 추가 부양책 기대감 '솔솔'
일본 경제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부 수요에 따른 수출 개선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탓이다.
실제로 해외 수요 부진에 수출이 두달째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일본 무역수지는 2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보다 대체로 일본 경제를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던 BOJ 역시 이달 통화정책회의 성명에서 "수출과 생산이 다소 약화되고 있다"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BOJ는 내년 3월에 끝나는 2014회계연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1%에서 1.0%로 지난달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마사미치 아다치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에 대한 BOJ의 우려 수위가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케시 미나미 노린추킨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부진과 실질 소득 감소 등을 감안하면 일본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빠르게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GDP는 3분기에 소폭 반등했다가 4분기에 다시 성장세가 완만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선이 BOJ의 추가 부양책 실시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3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는 BOJ의 추가 부양책 발표 시점을 오는 10월로 꼽았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부양책이 없다면 일본 경제는 더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서둘러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 경기에 대한 우려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 경우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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