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한국은행이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정부의 내수 살리기 정책에 힘을 보탰다. 이에 금리인하에 따른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 공조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News1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지난해 5월 2.75%에서 2.5%로 한 차례 내린 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1개월을 빼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위축됐던 내수 개선이 부진해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 악화 영향이 크다.
국내 경기가 수출이 호조를 지속했지만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다고 판단해 물가와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으포 풀이된다.
6월중 건설투자와 생산지표는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부진했다. 일시 개선됐던 소비자심리지수도 악화됐다.
7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오르는 데 그쳤다. 한은의 중기물가목표(2.5~3.5%) 하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세계경제도 미국에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로지역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도 크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심리 위축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경제주체의 심리악화가 지속되면서 내수위축이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금리인하와 정부의 대책이 1차적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되 정책 효과와 경기 흐름을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리 결정은 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우려하고 있는 소비 심리가 어떻게 바뀌고,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입수하는 모든 지표를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확대할 수 있겠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거 가계부채 증가 요인을 분석해보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택경기인데 현재의 경제여건이나 인구구조 변화, 주택수급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이주열 총재는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한 강연 자리에서 "가계부채 증가가 중기적으로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취약성을 걱정한 바 있다.
일단 한은의 이번 결정은 정부와 정치권,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재정과 세제 등 확장적 정책금융에 나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으로 공조한 셈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당초 금리인하를 주문 했던 목적이 인하 효과 자체보다는 당국의 강력한 경기활성화 의지 피력과 정책공조였기 때문에 금리인하 이후에도 민간 경제주체들이 움직일 때까지 끊임없이 경기부양과 정책공조를 독려하고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통위가 정부 경기 부양책에 화답을 해주었다"며 "정부와의 정책 공조라는 한은의 중립성이 다소 훼손된 정책"으로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서 1명의 위원이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경제정책 등의 효과를 지켜보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과 경제주체들의 심리 변화, 가계부채 동향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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