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끝내고 약 23분만에 첫 0.095비트코인을 구매했다.
차세대 화폐(Next Money), 화폐인터넷(Internet of Money) 화폐플랫폼(Money platform), 스마트머니(Smart Money)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비트코인’ 구매는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디지털코드’가 정말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파동’처럼 투기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 초기에 설립된 비트코인 거래소가 파산하고, 비트코인 지갑 해킹 등이 계속 보도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기자도 확신을 가지고 비트코인의 신뢰 여부를 독자에게 전하지 못하는 점은 송구스럽지만, '투기' 목적 외에 비트코인을 '화폐'로 보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국의 움직임은 주목할만 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우리가 반신반의하고 있는 사이 최근 영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닌, 전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로 인정했다.
KOTRA는 측은 “이론상으로는 영국의 중앙은행을 통해 비트코인 대 영국 파운드화의 '환율'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까지는 오직 수요와 공급에 의존해 비트코인의 가치가 산출됐지만, 그 가치를 국가가 보증하는 것으로 바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금융거래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영국이 디지털화폐 분야에서도, 글로벌 금융의 중심에 서기 위해 경쟁국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스타트업리포트>가 소개할 기업은 국내 어떤 사업자들 보다 전 세계 비트코인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스타트업 ‘코빗’이다.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실리콘밸리의 유명 엔젤투자자들에게 초기 투자를 받았고, 최근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유영석 코빗 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은행들처럼 ‘코빗’을 수백 년이 지나도 신뢰를 인정받는 금융기관으로 키워가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과연 현대판 ‘봉이 김선달’일까? 아니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금융 플랫폼일까?
한국 비트코인 산업의 선두주자 유영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월가 투자은행·UN 우주사무국도 못말린 스타트업 창업
-오랜만에 뵙습니다.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비트코인 IT기업 ‘코빗’에서 일하고 있는 유영석이라고 합니다.
-요즘 가장 힘쓰시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지난해까지 비트코인은 ‘투기 상품’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실제 일반상거래에 쓰이는 코인으로 용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개인 대 개인 송금 비용을 낮추고, 일반 상거래는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관한 머리 아픈 이야기는 잠시 후 본격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전기공학과 금융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신 이유가 있나요?
▲기술 분야에 흥미가 있어 학부 전공을 택했습니다. 기술 공부를 하다 보니 금리가 오르내리고, 국가 정책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금융에 관한 궁금증이 생겼고 매우 재밌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투자은행에서 인턴 생활도 했죠. 그리고 석사 과정인 금융경제학은 다른 일을 하며 원격 교육으로 취득했습니다.
◇유영석 코빗 대표(사진=뉴스토마토)
-원격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신 이유가 궁금해요.
▲국제협력재단(코이카)의 해외파견 국제협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경영대학원(MBA)과 유엔(UN)에 동시에 합격했어요. 고민 끝에 유엔을 택했고, 일을 하면서 원격으로 금융경제학 공부를 했죠.
-유엔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우주와 관련된 국제법이라는 게 몇 개 없거든요. 그래서 국가 간 우주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역할을 하는 ‘우주사무국’에서 일했습니다. 인공위성 궤도가 겹칠 위험이 있을 때 조정하는 업무를 하거나, 태풍이나 지진 등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국가 간 인공위성 사진을 공유하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지진이 났는데 마침 거기를 독일 인공위성이 지나가고 있으면, 독일에 사진을 요청해 중국에 전달 하는 거죠.
-‘엄친아급’ 스타트업 창업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우주급’은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유엔에서 월급은 많이 주던가요?
▲월급을 밝히긴 좀 그렇구요(웃음). 유엔 직원은 세금을 떼지 않는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경력의 투자은행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월급은 그들이 더 많았지만, 결국 세금 때고 나면 저와 비슷하더라구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직장을 관두고,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었나요?
▲고등학생 시절 닷컴 버블을 보면서 40~50 정도 나이가 먹었을 때, 막연하게 테크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요. 그래서 대학 재학 시절에도 ‘창업’은 나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시점을 말하긴 힘들지만 지난 2010년에 ‘미래학’과 ‘미래기술’ 트렌드를 배우는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Singularity University)에서 교육을 받으며 생각이 변한 것 같아요.
바이오 기술, 나노 테크놀러지 등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죠. ‘창업’도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접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창업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20대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창업에 뛰어들어 빠르게 실행하는 것을 보며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영석 대표가 비트코인을 만난 싱귤레리티 대학(사진=싱귤레리티 홈페이지)
-사업가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 다양한 파트에 있는 팀원들과 업무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제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진화 코빗 이사 : 코빗에 투자한 사람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꼼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합니다. 별로 목소리 높이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할 이야기는 다하는 굉장한 장점이 있죠.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독학으로 터득했지만, 우리 프로그래머들도 놀랄만한 속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김 이사님, 저 왠지 굉장한 천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표님 성격은 어떤가요?
▲(매우 단호하게) 재미없습니다.
◇비트코인,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금융 플랫폼
-사실 다른 인터뷰는 바로 창업 이야기로 넘어가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서 자세히 여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아직 생소한 독자를 위해 설명 부탁 좀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금융 인프라스트럭처(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시설, 제도라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금융체제는 국가 중앙은행과 화폐 발행처, 은행이 금융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발명을 통해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조를 지닌 금융인프라가 비트코인이죠. 스마트폰 메신저 등 인터넷 혁명은 우리의 의사소통 구조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금융도 마찬가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국가 중앙은행에서 시작되는 금융 인프라는 오늘날의 금융 자본주의를 작동하게 하는 핵심입니다. 그럼 비트코인이 기존 질서를 모두 뒤집는다는 말씀이신가요?
▲뒤집을 필요는 없어요. 기존의 금융 거래 (일부가) 비트코인을 활용해 좀더 안전한고 편리하게 바뀌는 거죠
과거에는 신용기반의 금융 거래가 이뤄졌고, 이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신용카드는 믿을 만한 사람의 비용을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대신 지불해주고, 계좌이체도 사람이 은행을 믿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집니다.
이 모든 행위는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 당시가 아닌, 정해진 거래일 나중에 정산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파산한다며?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고 보험이 들어가죠. 이게 모두 ‘비용’으로 계산됩니다.
◇비트코인 종합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코빗'(사진=코빗 홈페이지)
- ‘비트코인’은 신용거래가 아닌 현물거래다?
▲비트코인은 ‘디지털’이지만, 실제 가치가 이동하기 때문에 신용 기반의 금융 인프라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현금을 낼 때는 ‘자신’을 검증할 필요가 없지만, (오프라인에서)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사인을 해서 나를 증명해야 하죠. 현금 자체가 그런 과정이 필요 없는 것처럼, 비트코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IT기자라고 하지만, 역시 어렵네요.
▲전업으로 비트코인을 다루는 저도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 정부, 파트너사 모두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치 변동이 너무 커 실제 경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없고, 투기 상품일 뿐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는 그런 측면이 더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부터는 차차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변동성도 줄어들고 있구요.
-비트코인, 어떻게 사는 건가요?
▲직접하실 수도 있지만, 비트코인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면 편합니다. ‘코빗’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가상계좌로 현금을 송금하면, 20초 내에 자신의 계정에 표시됩니다.
주식거래소처럼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비트코인 거래소’이기 때문에, 바로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기자가 직접 5만원을 비트코인으로 바꿔보니 생각보다 과정은 아주 쉬웠다. 계좌이체 방식으로 온라인게임머니를 사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게임머니로는 아이템을 살 수 있고, 비트코인은 현실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차이점이랄까?(사진=코빗 홈페이지)
-비트코인이 저장된 곳이 ‘비트코인 지갑’이라고 하는데요. 이 지갑이 해킹되거나, 거래소 자체가 파산하는 경우가 있어 비트코인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은행들과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은행이 파산한다고 ‘달러화’의 가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또 초기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파산하거나 해킹 당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초기 ‘장남감 가게’ 수준으로 거래소를 운영했습니다.
코빗 등 요즘 신뢰를 얻고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유수의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도 인중인증, 다중인증, 전화번호 인증, 이메일 인증, 구글 OTP 등 높은 보안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스마트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점이 현재의 알리페이나 페이팔 같은 ‘전자결제’와는 다른 점이라고 꼽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가 중고상품 거래에 자주 쓰는 ‘에스크로(안전결제)’처럼 비트코인 거래 자체에 조건을 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 제작 외주를 주고 비트코인으로 대금결제를 하기로 했으면, 비트코인 거래 자체에 ‘프로젝트 완성’을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비트코인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거죠.
기존의 계약에서는 계약금 지불 불이행 등의 위험이 있지만, 스마트머니 비트코인에는 그럴 위험이 없습니다.
-기업간 상거래 말고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요?
▲스마트 프로퍼티(property, 소유)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기자님이 멋진 BMW 자동차를 리스하고, 이 소유권을 비트코인에 지정할 수 있습니다. BMW의 열쇠가 특정 비트코인 주소를 가진 사람에게만 동작하도록 하는 거죠.
즉, 비트코인 ‘주소’의 소유자가 자동차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거죠.
-뭔가 공인인증서나 스마트폰 개인 인증이 비트코인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좀 먼 미래인 것 같아요. 정말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쓸 곳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 달러를 송금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비트코인은 60원이면 됩니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니 평균 약 8% 가량이 국가 간 계좌이체 수수료로 부과된다고 합니다. 또 최근 해외 쇼핑몰 ‘직접 구매’가 늘고 있는데, 신용카드 수수료가 3% 가량 발생하죠. 비트코인으로 구매하면 역시 60원이면 됩니다. 최근에는 델(Dell)이 컴퓨터 주문을 비트코인으로 받기 시작했죠.
-그런데 최근 ‘스텔라’라고 하는 국가간 화폐교환 전자화폐(?)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또 다른 형태가 계속 등장한다면, 비트코인도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지 않을까요?
▲저희는 ‘비트코인’이나 ‘스텔라’로 다 같은 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냐, 스텔라냐?’가 아닙니다.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느냐가 핵심이죠. 사실 스텔라의 핵심 창업 멤버는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입니다.
만약 스텔라 플랫폼이 크게 활성화된다면 코빗도 당연히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미국 포춘지는 최근 스텔라를 비트코인의 가장 무서운 경쟁상대로 지목했다.(사진=스텔레 홈페이지)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서 종합 비트코인 금융회사로
-긴 이야기를 돌아 왔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드신건가요?
▲지난 2011년에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Singularity University)에 조교 자격으로 다시 가게 됐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사실 그 전에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이게 안전하냐?"며 모두 거절 당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업가들에게 기존 금융 시스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누구나 좋은 의도가 있으면, 저렴한 수수료에 결제를 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찾다가 ‘비트코인’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래! 내가 찾던 게 이거야!”라는 확신이 들었죠(웃음)
-국내 창업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지난해 4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7월에 법인을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김진화 이사님, 두명이서 시작했습니다.
-현재 코빗 구성원은 몇 명인가요?
▲지금은 총 18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10명이 넘고 나머지는 금융전문가, 운영, 영업, 디자인 등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내 외 투자자로부터 활발한 투자도 유치하셨죠?
▲지금까지 약 3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4대째 벤처투자업을 하고 있는 드레이퍼 가문의 팀 드레이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의 요람이 되고 있는 엔젤리스트 설립자 나발 라비칸트 등으로부터 40만 달러 규모의 엔젤(Series AA)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코리아, 미국의 비트코인 전문투자펀드 판테라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화려한 코빗 투자자. 여기에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도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사진=코빗 홈페이지)
-한국에서 유명벤처투자자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벨리 투자자는 어떤가요?
▲ 팀 드레이퍼씨 같은 경우는 우리가 물어보면 하면 ‘핵심’을 짚어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요청 없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투자금액 활용방안은?
▲우선 좋은 분들을 코빗으로 많이 모시고 싶습니다. 또 지금까지는 여유가 없었던, 일반인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말 길게 돌아온 것 같은데요. 저도 이 질문을 이렇게 늦게 드리는 인터뷰는 처음입니다. 코빗은 어떤 회사이며, 어떤 사업을 하나요?
▲통합적인 비트코인 기업으로 봐주세요.
비트코인 거래를 위한 ‘거래소’, 페이팔 계정과 같은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 지갑’, 파트너사들을 위한 결제모듈 ‘코빗페이’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코빗 이후 비트코인 거래소가 참 많이 생겼습니다. 후발주자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계신가요?
▲국내에서는 다른 거래소들 보다 최소한 6개월 이상 먼저 시작했으며, 비트코인에 대한 기술의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도 미리 했고, 투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받았죠.
또 세계최초로 '암호화 해시 알고리즘 기반의 잔고 증명 서비스'인 빗트러스트(BitTrust)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비트코인 전문회사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가요?
▲지난해 처음 거래소를 시작했을 때는, 거래 수수료로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었어요. 하지만 비트코인 생태계 활성화가 먼저라는 생각에 거래수수료를 0%로 낮췄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보관되는 지갑으로 돈을 버나요?
▲지갑도 무료입니다.
◇비트코인이 저장되고, 주고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코빗의 비트코인 지갑 서비스(사진=코빗 홈페이지)
-그럼, 코빗페이가 향후 먹거리가 된다는 이야기네요. 이름부터 ‘알리페이’, ‘텐센트페이’와 비슷한 것을 보니, 여기저기 적용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네 맞습니다. 앱서비스에 적용할 수도 있고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서비스 ‘한인텔’,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와디즈’ 등에서 코빗페이로 결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 ‘간편 전자결제’라고 하면, 역시 수수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빗페이의 수수료는 얼마인가요?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할 때는 수수료가 0%입니다. 다만 법인이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할 때는 1%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코빗페이. 1% 이하의 수수료, 국경 구별없는 결제, 실시간 정산이 기존의 결제시스템과의 차이점이다(사진=코빗페이 홈페이지)
-저, 외람되지만 돈 버실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혹시 다른 수익원은 있으세요.
▲아직 공개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에 금융플랫폼을 활용한 고도화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혹시 소위 말하는 ‘강남 귀부인’분들도 비트코인을 많이 사시나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 총 발행량은 8조원, 하루 결제는 430억원, 이용자수 500만 명으로 전 세계 70위권의 화폐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통계량과 그 중에서 코빗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인가요?
▲국가별로 나누기는 좀 어렵습니다. 역시 국내 다른 비트코인 거래소의 거래량도 잘…
다만 현재까지 저희 코빗의 가입자 수는 2만5000명, 일 거래액은 약 1억~2억원 정도입니다.
◇쉽고 저렴한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을 꿈꾼다!"
-코빗의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가맹점과 고객이 손쉽게 비트코인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고, 사람과 사람 간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기술적인 고도화 목표는?
▲지금까지도 많이 개선해 왔지만 역시 편의성 증진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 건전한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중이죠.
결국 스타트업은 상상 속의 ‘가능성’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코빗의 올해 매출 규모는?
▲비트코인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를 폐지하는 등 당장의 매출이 중요한 분야가 아닙니다. 지금은 시장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투자자분들도 이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해 주셨어요.
-그럼 비트코인이 생태계는 어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보시죠?
▲ 전세계 신용거래 일부를 비트코인이 차지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시장 크기를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코빗을 더 큰 서비스로 만들기 위한 협업 상대는 어디일까요.
▲역시 대형 가맹점이겠죠.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이 결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옵션으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면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공개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경쟁 기업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알리페이’나 ‘카카오 간편결제’ 같은 서비스를 경쟁상대로 보시나요?
▲알리페이나 카카오 간편결제는 (현실 금융 인프라를 활용한) 개별 서비스로 보고 있어요. 저희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죠. 비트코인 거래소 중에는 미국의 코인베이스, 비트페이 등이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 계획은 있나요?
▲최근 영문 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투자 유치 과정을 통해 해외 사업도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우리 서비스는 굳이 한국에 국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 할 것입니다.
-투자를 단행한 소프트뱅크와의 협업 논의도 궁금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아직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부 정책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각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봤으면 좋을까요?
▲우선 충분히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같은 기업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면 얼마든지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어요. 비트코인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영국 정부가 비트코인 육성책을 발표한 것처럼, 잘 이해하고 국가가 관심을 가져준다며 한국이 미래 금융을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코빗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블로그. 비트코인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쉽게 설명돼 있다.(사진=코빗 블로그)
-코빗을 찾으시는 고객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고객이 오랫동안 신뢰를 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월스트리트나 영국의 금융회사들은 몇 백년씩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코빗도 수백년 후에도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빗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 폭스의 신작인 'Almost Human'에서 2048년경의 미래를 그리면서 비트코인이 현금처럼 널리 사용되는 통용 화폐로 묘사돼 나옵니다.
과연 향후 비트코인이 공식적인 화폐로서 활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게임 내 아이템들이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고 교환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그것이 국가를 넘나들고 또한 시간에 불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 쉽지 않는 것에 대한 도전이 문명을 만들어낸만큼, 비트코인이 향후 어떠한 진화를 해갈 것인지는 그것을 발전시켜가는 참여자들의 노력 과정 속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주는 강점은 API 연계를 기반으로 정해진 화폐의 고정관념을 넘어 유연하게 확장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통용되는 화폐가 가져야만 하는 불변의 지속성과 통제성에 위배됩니다.
또 해킹과 같은 계산할 수 없는 보안에 대한 미래 위험이 일반 화폐에 비해 큽니다.
이같은 사항은 코빗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라 코빗의 미래는 극단적 위험이 상존합니다. 물론 'high risk, high return'인만큼 향후 기술의 진화가 알려진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가며 진화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코빗의 파운더, 투자자, 멘토, 구성원 등이 이러한 문제와 가능성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한계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감에 있어 실제 화폐의 가치는 화폐가 실생활 곳곳에서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나 OK캐시백 포인트보다 어떻게 더 자주, 많이, 오래 사용되도록 할 것인가에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비트코인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장 뜨겁게 주목받았던 영역입니다.
유명한 사업가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는데, 바로 이러한 모습들이 현재 비트코인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빗을 단지 비트코인이라는 특정 디지털 화폐수단으로 가둬놓고 생각한다면 비트코인 자체의 리스크를 온연히 안고 가게 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포함하여 현재 통화체계에 대한 광범위한 대체제로, 최근 스텔라가 나타난 것처럼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면 매우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분간 단기 수익을 희생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문화, 인식, 체계 등을 모두 만들어나가야 하기에 매우 긴 여정이 될 것 같고, 따라서 이를 버텨낼 수 있는 지속적인 비전 발굴과 자금 조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 : 하나의 화폐가 세상에 등장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관련 영역이 골고루 진화해야 합니다. 특히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변동성이 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사용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지만 지난 3월 일본의 마운트곡스 파산과 저장된 화폐 실종, 엉터리 경영으로 큰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빗이 이런 환경에서 긴 호흡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보다 많은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거래에 사용되지 않고 투자와 차익에 이용되는 화폐는 투자 대상이지 화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1999)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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