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국토부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방법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을 살리기 위해 위법까지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평가방법 개선은 예산 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정평가협회는 평가 예산을 당연하게 자기돈인냥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면 반박했다.
2010년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 추진 후 대립각을 세우던 민간 단체 감정평가협회와 공기업 한국감정원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확대될 분위기다.
◇감평협 "조사 개편안 위법. 표준지공시지가 참여하지 않겠다"
한국감정평가협회 소속 전국지회장들은 26일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 거부를 결의했다고 천명했다.
국토부는 예산 절감을 목표로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방법을 지가변동률이 낮은 지역은 기본조사하고, 그 외 지역은 정밀조사토록 조사 방법변경을 추진해 왔다.
현행 표준지공시지가는 매년 1월 1일 기준 전국 50만 필지의 표준지에 대한 적정가격을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정밀조사 후 평가해 발표한다.
이는 감정평가의 기준과 과세 등 각종 행정목적 지가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국민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변경안 중 기존조사방법은 지가변동률이 1% 이하고, 특별한 지가변동요인이 없는 읍·면·동지역을 기본조사지역으로 선정하고 실지조사·가치형성요인의 분석·감정평가 3방식의 적용 등 감정평가의 필수절차를 생략, 평가사 책임하에 약식감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협회는 "기본조사는 현행 법상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며, 책임과 처벌의 부담 때문에 기본조사지역도 정밀조사 하지 않을 수 없어 기본조사와 정밀조사는 명칭만 다를 뿐 업무 내용은 동일할 수 밖에 없다"고 국토부의 방침에 일침을 놓았다.
특히, 감정평가협회는 기본조사제도가 한국감정원의 수익증대를 위해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기본조사제도 도입으로 인해 절감되는 예산액 전액이 고스란히 한국감정원이 수행하는 업무예산에 증액 편성됐다는 것이다.
감정평가협회에 따르면 국토부가 기재부에 요청한 2015년 지가조사 예산심의 자료에는 기본조사제도 도입으로 절감된 예산 151억원은 지가변동률조사, 임대사례조사 등 한국감정원 수행 업무에 대부분 증액 편성됐다.
서동기 감정평가협회 회장은 "정부 지가예산 절감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취지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표준지 기본조사방식을 전제로 절감된 예산을 고스란히 감정원에 증액 편성했다"며 "기본조사제도를 철회할 때까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감정원 "대형법인 이미 동참"
감정평가협회의 이같은 주장에 한국감정원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미 13개 대형 감정평가법인이 개선안에 동참키로 했다는 것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공시지가 조사체계 개선은 IT발전과 실거래가자료등 DB축적에도 불구하고 25년간 현실과 괴리돼 운용돼 온 기존 조사 방법의 정확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등 합리적 개선책"이라며 "조사참여대상인 13개 대형법인들은 이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듣고 내년부터 참여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13개 전체법인이 내년 공시지가 조사업무 참여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주말 업무배정까지 마쳤다.
감정원 관계자는 "협회의 주장은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거부하는 일부의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한 것"이라며 "제도개선으로 절감된 예산은 서민과 영세상인 보호와 지원강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소평가법인들은 평가협회와 완전히 다르게 지난 7월 공시지가조사 제도개선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마치 3500명 전체평가사가 이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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