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화해 가시화..삼성家 이재현 탄원서 제출
2014-08-29 08:30:52 2014-08-29 08:35:1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과 CJ의 오랜 은원이 화해로 변화될 조짐이다. 삼성가 구성원들이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지난 19일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에 제출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News1
 
탄원서 명단에는 이들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둘째 형인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삼녀 순희씨의 이름도 포함됐다. 사실상 CJ를 제외한 범삼성가의 명단이 총 망라됐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수감생활을 이어가기 어렵고, 이 회장의 부재로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등 CJ그룹 경영 전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함께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탄원에 이건희 회장의 직간접적인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대 회장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의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이건희 회장에게는 큰 형이다. 또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까닭에, 감정전은 삼성과 CJ 간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삼성이 소송의 배경에 CJ가 있다고 본 이유다.
 
소송 과정에서 양측의 날선 공방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비난 여론도 더해졌다. 특히 동생인 이건희 회장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다 결국 대국민 사과와 함께 유럽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맹희 전 회장과 CJ에 대한 동정론도 일었다. 앞서 삼성 측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다 발각되는 등 낯부끄러운 행태를 보인 점도 여론이 삼성에 등을 돌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양측은 사업적 관계도 단절하며 극한의 길로 치달았다. 그러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마저 패한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화해의 단초가 마련됐다. 양측이 화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면서 해빙 무드가 조성됐고, 물밑에서의 조율도 한층 빠르게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재벌 정서 등 여론의 부담도 화해를 재촉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삼성가의 장손이자 사촌형인 이재현 회장과의 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절실했다. 이건희 회장이 100일 넘게 병원에 입원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사실상의 삼성 주인으로서 직면한 부담들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삼성은 이에 대해 "집안의 문제여서 회사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족간의 정리(인정과 도리)를 생각해서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사안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투병 와중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 측은 "가족간의 일이라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는 있지만 사실이라면 이 회장의 건강을 염려한 부분에 대해 우리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정한 화해의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간 삼성과의 갈등과 이로 인한 오해로 마음 고생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앞서 이재현 회장은 총 6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963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신장이식 수술과 함께 수감과 구속집행정지를 반복하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오는 22일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됐지만 지난 14일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고싶다"는 이 회장의 절규에도 1심 형량보다 높은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하며 이 회장을 옥좼다.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이 회장은 신부전증으로 지난해 부인으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았으나 이후 부작용에 시달렸다. 특히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 샤르콧 마리투스병까지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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