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 노하우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인 육상플랜트 역량을 한 데 모아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합병 비율은 1대 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오는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2월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후에는 새로운 비전에 걸맞게 합병 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할 예정이다.
그간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삼성그룹의 건설 부문을 한 데 통합해 분산된 역량을 모음과 동시에 효율성을 꾀한다는 것으로,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욱 힘을 얻었다.
다만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 주식매수청구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고, 조직이 비대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종착지는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중공업 품으로 귀결됐다. 그룹 차원이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해양플랜트와 석유화학 등 육상플랜트에 특화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 않고, 양사의 고객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설계를 대부분 해외업체에 맡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계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삼성중공업이 담당할 수 있게 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사례마다 다르지만 통상 제작비의 10% 정도를 설계 부문이 차지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3세 경영의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중심의 계열사 헤쳐모여가 일단락되면서 중공업 부문을 발을 넓혔고, 그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금융·중공업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건설·중화학 사업을,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패션·미디어를 담당하는 방안이 더욱 유력해졌다. 물론 그룹 내에서는 이 같은 시장 관측을 애써 무시하며 하나의 삼성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 합병 후 삼성중공업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1%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어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8%), 제일모직(0.42%) 등이 삼성중공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중공업 부문을 지배하게 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진한 실적 또한 양사의 합병을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 들어 진행된 그룹 차원의 감사 결과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드러나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양사의 플랜트 노하우를 한 데 모을 경우 오일 메이저를 비롯한 고객사에게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기조인 경쟁력 강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앞서 삼성SDI와 제일모직 간,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간 합병 등도 경쟁력 강화로 설명됐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내 건설 부문이 통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등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다. 초대형 건설사의 등장도 눈여겨 볼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