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6차협상 파행..반올림 분열에 2자에서 3자구도로
삼성 "당사자가 협상 주체 돼야" vs. 반올림 "삼성이 피해자 분열시켜"
2014-09-03 19:08:19 2014-09-03 19:12:5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도체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여섯 번째 공식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피해자 및 가족 6명은 반올림과 이견을 보이며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반올림은 다른 입장을 드러낸 해당 가족들과 같은 자리에서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교섭 시작 1시간여만에 퇴장했다.
 
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6차교섭 직후 가족대책위의 대표를 맞고 있는 송창호씨는 "오늘 협상에서 반올림은 삼성전자에게 반올림 혹은 가족대책위 둘 중 하나를 교섭 상대로 정하라고 요구했다"며 "대책위는 반올림과 의견은 다르지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계속 교섭 과정에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는 특히 "반올림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올림은) 자기 의견 안 맞으면 못하겠다고 해버린다. 그럼 우리(피해자 가족들)는 다가갈 수가 없다. 논의를 하자는 것이지, 당장 보상해 달라는 게 아니다. 의견 안 맞으면 '따로 하라'고 하니 우리도 답답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6명과 반올림 및 황상기, 김시녀씨가 이견을 나타내는 점은 보상안 마련에 대한 부분이다. 앞선 가족들은 반올림이 요구하고 있는 산재 대상 범위, 재사과 등에 대한 주장이 결과적으로 보상안 마련 및 확대에 대한 논의 진전 자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협상에 앞서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에 보상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 6명을 배제하고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양자 협상을 제의했지만 삼성전자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결과적으로 반올림을 분열시켜 교섭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 측 협상단 대표인 황상기씨는 "긴 시간 동안 지쳐서 (피해자 중) 돈이 급한 몇 분이 뜻을 달리하고 삼성 반도체 백혈병 가족대책위를 만들었다"며 "삼성전자가 반올림측 대표와 간사를 무시하고 하나하나 뜻이 어떤지 묻는 등 피해자들을 '갈라치기' 해 반올림의 힘을 뺐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의 공유정옥 간사는 "오늘 교섭의 핵심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교섭을 하느냐는 것"이라며 "6명이 독자교섭을 하겠다고 나간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온 교섭을 어떻게 하느냐를 논의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반올림, 가족대책위 3개의 주체가 협상을 함께 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피해자들과 활동가 사이에 예상치 못한 이견이 붉어지면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오늘 협상에서 반올림은 가족 6명과 같이 협상을 할 수 없다며 1시간만에 협상장을 나갔다"며 "삼성은 피해자 및 가족 6명도 같이 협상하자고 주장했지만 반올림은 6명과 같이 할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백 전무는 그러면서 "대다수 가족과의 분열의 책임을 삼성전자에 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은 가족의 요구를 외면한 반올림에게 있다"며 반올림으로 책임을 돌린 뒤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 (반올림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협상인 17일 협상 주체와 구체적인 수준의 보상안 마련 등을 논의한다는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최고경영진이 나서 직접 사과를 한 만큼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협상을 진전시킬 것을 주장해 왔다. 이는 보상안이 급한 일부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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