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 수수료를 인상한다.
우본이 이른바 '갑 행태'를 하는 것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우본 측은 "업무량 증가에 따른 최소 마진 확보"라고 답했다.
현재 우체국을 통해 위탁판매를 하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는 총 6곳. 이들이 우본 측에 내고 있는 수수료는 크게 ▲요금제 수수료(선불·후불) ▲단말기 수수료 ▲유지 수수료로 구분된다.
4일 우본 측에 따르면 오는 10월1일부터 후불요금제 수수료는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선불요금제 수수료는 1만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유지 수수료는 기존 3%에서 4%로 높아지며 단말기 수수료는 10% 그대로 유지된다. 이같은 수수료 인상은 우본이 알뜰폰 수탁판매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신규 사업자들에겐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우본 관계자는 "알뜰폰 판매 담당 직원들의 업무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신규 사업자를 추가 선정할 계획인 만큼 사업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알뜰폰 사업자는 "우본이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알뜰폰 수수료를 높이는 것"이라며 "알뜰폰 업체들이 매출은 제자린데 우본에 낼 돈만 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 판매점에서 쓰이는 전단지 교체비용과 전국 배송비까지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어 사실상 우본의 직접적인 비용 지출은 거의 없다"며 "판매 일선에서 직원 인건비가 늘어나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5개 사업자나 무리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앞서 우본은 중소사업자를 중심으로 우체국 위탁사업자를 최대 5곳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입점을 희망하던 업체들은 반기고 있지만 기존 사업자의 경우 1~2곳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 입점 효과도 크고 다른 판매경로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사업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이 와중에 신규로 들어오겠다는 업체도 많으니 지금은 우본이 딱 '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본 측은 "1:6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히려 사업자들이 '갑'이 된다"며 "최대한 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상호 협의를 통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우체국 지점은 카페 등에 점포 자리를 빌려주고 억 단위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또 알뜰폰의 경우도 우체국이 아닌 일반 판매점에서는 십만원 단위의 수수료를 받는다. 즉 우체국 입장에선 알뜰폰 위탁판매자들이 임대료를 내는 것도 아니고, 판매점 만큼의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지도 않으니 최소한의 마진을 위해 서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
우본 관계자는 "우체국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며 "우편사업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최소 마진은 확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아직까지 이용자 대다수는 알뜰폰 각 사업자보다는 '우체국 알뜰폰'으로 포괄해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실상 판매대행까지만 계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민원처리 등 각종 고객서비스에도 다수의 우체국 인력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도 수수료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유지수수료의 경우 한 가입자가 1만원의 요금을 냈다고 하면 수수료는 300원에서 400원으로 오른 것이고, 알뜰폰 특성상 단말기가 0원이면 단말기 수수료는 아예 없다"며 "이마저도 신규가입건수가 최근 저조해 사업자는 물론 우체국 수익성도 제자리걸음인 만큼 서로 접점을 찾아가며 공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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