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시마틱 재킷.(사진=김동훈 기자)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가상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오픈 마인드'인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잖아요? 미디어 아트를 통해 현실에서도 그러한 '디지털 컬쳐 마인드'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미디어 아트 축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4'의 예술감독 손미미(디자인아트스튜디오 김치앤칩스 대표)씨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아트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렵지만, 이번 전시회는 관객이 그것을 좀 더 감각적으로 해석하길 바라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개막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는 7개국 22개 팀의 예술가와 4개 기업이 참여해 내달 17일까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웨어러블 컴퓨팅과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바이오아트, 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술 미디어를 도입해 예술과 기술이 만난 16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대부분은 직접 체험하면서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용훈·신승백 작가들이 만든 '아포시마틱 재킷'은 일종의 호신용 재킷. 옷 표면에 단추 모양 렌즈 수십 개가 장착됐다. 타자의 공격이 예상될 때 '촬영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는 의미다. 평소에는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 위험이 닥쳤을 때 착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현장을 360도로 촬영해 웹으로 전송한다. 전송된 화면은 전시회장에서 곧바로 확인 가능하다.
◇김정환 작가의 '이미지 무브먼트(Image-Movement)',(사진=금천예술공장)
김정환 작가의 '이미지 무브먼트(Image-Movement)'는 사람이 허공에 손짓하면 센서가 작동돼 레이저가 2m 이상 떨어진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술 같다. 레이저가 건반을 누르는 듯한 연출은 해킹된 피아노로 구현됐다.
프랑스 작가인 르메르씨에의 '후지'는 일본 후지산을 묘사한 풍경화에 빛을 투영해 1000년 전의 민간 설화를 추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누워서 헤드폰을 착용하고 감상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을 주제로도 작품을 만든 바 있는 르메르씨에 작가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설악산과 한라산을 방문해 작품 구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규 작가의 '살'의 첫인상은 섬뜩하다. 사람의 살 모양을 한 육면체 덩어리 세 개가 덩그러니 상자 위에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져도 된다. 사람 피부와 같은 감촉과 체온, 맥박도 느낄 수 있다. 물론 가짜다. 덩어리를 만지면 빛이 나온다. 이를 통해 감상자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병규 작가의 '에이티 필드'.(사진=금천예술공장)
민방위 훈련할 때 들을 수 있는 사이렌, 집에서 하염없이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 등 일상에서 듣는 소리를 채집해 둥근 기기에 넣어 만든 후니다 킴의 작품은 작가의 퍼포먼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굴리면 소리의 속도가 바뀐다. 일상의 소리를 예술로 만든 셈이다. 다다마스는 버스에 입석했을 때 잡을 수 있는 링 모양을 관객이 손에 쥐면 소리가 나오는 작품을 선보였다. 여러 명이 링을 잡을 때마다 스피커 3개에서 소리가 나와 감상자들이 교감하면서 일종의 연주를 할 수 있다. 작가 양숙현은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움직이면 소리가 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워크숍을 통해 관객과 함께 만들었다.
전시는 지난 2011∼2013년 발표된 우수작도 소개하고 있다. 김치앤칩스의 작품 라이트 베리어는 볼록거울과 빛으로 만든 이미지 드로잉을 보여준다. 김병규 작가의 '에이티 필드'는 관객이 레이저가 흐르는 공간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바깥으로 손짓하면 바깥과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열려 있는 듯하지만, 닫혀 있는 세상을 표현한 인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디어아트 제작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워크숍도 진행된다. 손 감독은 "동시대 미디어 문화와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공유하는 국제적이고 젊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www.sfac.or.kr)와 전화(02-807-4800)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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