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법원이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주요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차적 판단은 모두 나온 셈이 됐다.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2년 12월11일 이후 640일이 걸렸고,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기소한 작년 6월14일 이래 455일이 흘렀다.
우선 이 사건을 외부에 처음으로 알린 국정원 전 직원이자 제보자 김상욱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1심부터 항소심까지 연달아 무죄가 선고됐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같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았다.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수사중인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 경감은 징역 9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복역중이다.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박 경감은 검찰이 김 전 청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서울청을 압수수색하자 컴퓨터 파일을 영원히 복구불능으로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죄가 없는 김 전 청장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인지, 당시 증거를 인멸해 김 전 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지는 의문이다.
당초 불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나중에 재판에 넘겨져 원 전 원장과 함께 법의 판단을 받았다.
원래 검찰은 이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반발하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검찰에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을 재판에 넘기라고 명령했다.
사건의 핵심인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는 끝내 형사처벌을 피했다.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사건에 가담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 재판을 받지도 않았다. 김 전 청장과 함께 고발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김현·문병호·이종걸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를 오피스텔에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이달 22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형사재판과 별도로 관련 민사사건도 법원에 접수돼 진행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여직원 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국정원 여직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글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 제보자 김상욱씨가 국정원 여직원의 존재를 밝히는 대가로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쌍방이 조정에 합의해 마무리됐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도 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공형사부에 배당하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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