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갤럭시노트4에 64비트(bit) 프로세서가 탑재됐지만 정작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32비트 시스템에 머물러 있어 기존 하이엔드 제품 대비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운영체제의 한계로 32비트의 성능 발휘에 만족해야할 처지다.
갤럭시노트4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5433'은 64비트 구동을 목적으로 설계된 ARM-v9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북미, 유럽, 한국 등 주요 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노트4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05는 이보다 2단계 뒤쳐진 ARMv7 설계를 기반으로 하며 32비트 전용으로 설계됐다. ARMv7은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5S에서 선보인 A7 프로세서(ARM-v8)보다도 한 단계 아래 버전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L'을 공개한 이후 OS가 업그레이드되면서 갤럭시노트4의 프로세서 성능이 강화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5433, 스냅드래곤 805 모두 32비트 안드로이드 킷캣을 바탕으로 설계 및 생산됐기 때문에 나중에 64비트를 지원하는 OS가 적용된다고 해도 성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설령 엑시노스5433이 적용된 갤럭시노트4가 안드로이드 L로 업그레이드된 이후 가시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 또한 문제가 된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특성상 국가별로 다른 AP가 탑재되는데 북미, 한국 등 스냅드래곤805 모델이 적용된 지역에서 출시된 갤럭시노트4의 성능이 아시아 일부 지역에 출시되는 갤럭시노트4보다 크게 더 뒤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5 옥타 프로세서.(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의 이 같은 프로세서 성능 차이를 놓고 고심 중이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5S와 함께 64비트 시대를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애플은 결과로 이를 증명해보였다. A7 칩은 아이폰5S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린 최대 공신 중 하나였고, 아이폰5S의 높은 판매량이 이를 증명했다.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던 안드로이드 진영도 뒤늦게 64비트 칩 개발에 나섰지만 삼총사 격인 구글, 퀄컴, 삼성전자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글이 64비트 안드로이드 OS를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로세서를 개발해도 마땅히 적용할 시스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를 발표하며 엑시노스5433이 64비트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퀄컴 역시 ARM의 기본 설계를 변형한 '크레이트' 기반의 64비트 칩을 개발하려다가 난항을 겪으며 애플보다 64비트 진입이 1년 이상 뒤쳐졌다. 그간 퀄컴은 ARM으로부터 구입한 라이센스를 변형한 크레이트 아키텍처를 적용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제품 개발이 경쟁사보다 뒤쳐지면서 일단 크레이트를 포기하고, 올 4분기부터 ARM의 설계를 그대로 적용해 64비트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처럼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64비트 진입을 두고 기술력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적잖은 분석이 뒤따른다. 반도체업계 한 전문가는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데, 애플의 경우 OS와 프로세서를 모두 만들고 있기 때문에 OS에 가장 적합한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윈텔 동맹'으로 불리며 PC 시장을 주름 잡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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