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규모 글로벌 행사에서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검찰수사로까지 관련 사안을 끌고 가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장의 눈살은 한층 찌푸려졌다.
양사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사돈가인 LG전자가 영위하던 전자산업에 뛰어들면서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냉장고 용량을 가지고 다툴 정도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시장 1위를 다투는 가전에서의 신경전이 끊이질 않으면서 법원이 자제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법정을 오갈 정도의 거친 신경전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삼성전자, 조성진 LG전자 사장 수사 의뢰 '초강수'
지난 주말 양사는 이례적으로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잇는 공방전을 벌였다. 포문은 삼성전자가 열었다.
삼성전자는 14일 현지시간으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 기간 일어난 자사 세탁기(크리스탈 블루) 파손과 관련해 "CCTV 확인 결과 국내업체 사장으로 확인됐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해당 업체는 이에 더해 거짓해명으로 당사 전략 제품을 교묘히 비하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LG전자가 발끈했다. 삼성전자가 지목한 세탁기 손괴 혐의자가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으로 드러났기 때문.
LG전자는 "
당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은 있다"면서도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과 그 사용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당사는 물론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는 그러면서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이번 일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파손될 정도로 유독 약한 세탁기를 내놓고도, 오히려 이를 세탁기 글로벌 1위인 LG전자 공격 요인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를 자극하는 우회적 폄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사과는커녕 거짓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한 회사의 최고 임원이 남의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켜 놓고 떠난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어 "해당 회사는 '해당 매장 측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미 독일 자툰 슈티그리츠 매장 측에서 9월5일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며 "진실은 한국 사법기관에서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박이 있은 직후 LG전자는 추가 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당사 독일법인은 물론 본사도 매장 측과 경찰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재반박해 진실 공방으로까지 비화됐다.
◇삼성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왼쪽), 세탁기 훼손 부분(오른쪽). (사진제공=삼성전자)
◇분쟁의 역사..시발점은 삼성의 전자 진출
양사 간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V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디스플레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분쟁을 이어왔다. 그러다 보니 각 사업부 별로 "삼성(LG)한테만큼은 져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전해졌고, 이는 분쟁을 더 첨예화시켰다.
한때 3D TV를 놓고 "안 보여주는 거냐, 못 보여주는 거냐"는 직접적인 비방문구와 함께 광고가 내걸리는 하면 욕설로 맞받아쳐 사과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놓자, LG전자가 통계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며 분쟁에 불을 지폈다.
냉장고와 디스플레이 분쟁은 법정까지 갔다. 냉장고 용량 분쟁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900리터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를 출시하자, 곧이어 LG전자가 910리터 용량 냉장고로 맞받아치면서 불이 붙었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은 서로를 이겨야 얻을 수 있는 자존심이 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양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부어 실제 용량을 비교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LG전자는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가 다시 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은 지난해 8월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분쟁을 매듭지었다.
디스플레이 분쟁은 지난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유출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가 강하게 반발하며 맞소송을 벌여 결국 정부까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또 다시 RGB(삼성), WRGB(LG) 방식을 놓고 어느 기술이 우세하냐는 기술력 논쟁을 낳았다. 당시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빨리 OLED TV를 내놓으며 주도권을 잡자 LG전자 내부에서는 승리감에 도취되기도 했다. UHD TV 역시 삼성전자가 '해당 콘텐츠의 부재'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다가 뒤늦게야 뛰어들었다는 게 LG전자 주장이다.
양사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뛰어들자 사돈인 사이에 어떻게 동종업종을 할 수 있느냐는 분개에 치를 떨었다. 유교적 보수문화 색채가 강한 LG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며 "이후 삼성이 크게 성장하고, LG는 삼성에 가려 만년 2위로 평가 받자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삼성만은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리로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승부욕이 대단하다. 삼성전자를 인정조차 하기 싫어할 정도로 적대심이 강하다"며 "이런 부분들도 양사의 신경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로서는 휴대폰에서 크게 밀리는 대신 간판인 TV와 가전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는 결의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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