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일부 유죄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완전무죄'를 주장하며 15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국정원법 유죄, 공직선거법 무죄'라는 1심 판결 후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2차장 명의의 짧은 입장 표명을 내놓은 것이 판결에 대한 공식 반응의 전부다. 그동안 즉각적으로 항소 의사를 표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원 전 원장의 '선거법 무죄'를 인정하는 꼴이 돼, '살아있는 정권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차원에서도 항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정원법 유죄'에 대해 즉각적인 항소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News1
관심은 검찰이 항소장에 원 전 원장에 대한 혐의를 추가할지 여부다. 1심 판결 직후, 야당은 애초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의 선거관여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85조 이외에도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선거법 86조까지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논리다.
검찰은 애초 선거 관여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며 86조 적용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그동안 여러 중요 사건에서 가능한 한 많은 혐의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검찰의 이런 태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에 대한 기소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나온 검찰 특별수사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선거법 85조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된 상황에서, 좀 더 확실하게 원 전 원장의 선거 관여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선 86조를 추가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의지는 86조 적용 여부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과도 연관될 수 있는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그동안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끌어오는 동안 여러 차례 외압을 겪었다. 특별수사팀의 한 검사에 대한 색깔론 제기에서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문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직위 해제 등 숱한 고초가 이어졌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여권의 관계자가 연루됐거나,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차원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얼마나 불편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또 특별수사팀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인력 부족으로 상당한 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특별수사팀에 추가적인 인력 충원 등의 배려에 인색한 태도로 일관했다. 수뇌부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의심케 하는 지점이다.
검찰이 항소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향후 앞으로의 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3년 5개월 남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건드릴 수도 있는 이번 재판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 전 원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조직 차원에서 총력을 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수뇌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비춰보면, 보여주기식 항소에 그치며 정치적인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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