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미국에서 담합 행위에 연루돼 과징금을 부과 받은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4곳이 한국 기업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한국 기업이 담합 관련 제재를 피하려면 추가자진신고제(Amnesty Plus Saving)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추가자진신고제는 경쟁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더라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신고하면 제재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화우가 주최한 국제카르텔 세미나에서 스콧 해몬드(Scott Hammond) 미 법무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아시아권 기업들이 연이어 높은 수준의 담합 제재를 받고 있다"며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진신고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방글아기자)
Hammond 변호사는 "미국에서 불공정거래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 5건중 4건이 아시아 기업에 부과된 것"이라며 "상위 20개중에는 일본 기업 건이 8개, 한국 4개, 대만 2개 등 14건이 아시아에 부과된 제재"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 1000만달러 이상 과징금이 부과 사건중 절반 이상에 아시아 기업이 연루돼 있다. 과징금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Hammon 변호사는 이와 관련 "제네럴 일렉트릭(GE)의 '효과적인 준수는 경쟁에서의 우위를 의미한다'는 행동강령이 이를 설명할 수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은 자율준수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해 기업문화의 일부로 내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문화가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최근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4~5년 전부터 자진신고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타국의 경쟁사들이 자진신고를 할 때 한국 기업들은 이를 꺼리다가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국제카르텔 건에 연루된 한국 임원들의 경우 자진신고제를 활용해 징역형을 피할 수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Hammond 변호사는 "미 법무부가 국제카르텔 조사를 시작하면 대개 2~3차 등으로 꼬리를 문다"며 "기업이 밝히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원칙적으로는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페널티 플러스(Penalty Plus) 정책도 함께 소개됐다. 페널티 플러스는 담합 행위를 여러 건에 걸쳐 한 기업이 모두 자백하지 않고 일부만 자백했다가 나중에 다른 일부가 드러나면 가중 처벌을 하는 제도다.
Hammond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의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체 브릿지스톤은 마린호스 담합 사건에 연루돼 미 법무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을 자백해 과징금을 감면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자동차 부품 관련 담합에도 브릿지스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4억2500만달러를 페널티로 부과 받았다.
그는 "해당 과징금은 페널티 플러스 정책에 따라 1억달러 넘게 가중 부과된 결과"라며 "자진신고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특히 형사소추를 면할 수 있었던 4명의 임원중 1명은 실형 18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이며, 3명은 도주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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