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공무원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더 내고 덜 받게'해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전해지자 공무원들은 단단히 뿔났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공무원이 의견수렴이 배제된 데다 공무원의 노후생계 보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한국연금학회 등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2016년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의 연금 납부액을 2026년까지 20%까지 올려 '더 내게' 하되 수령액은 현재의 소득 대체율 57%에서 40% 수준까지 낮춰 '덜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2016년부터 새로 임용될 공무원은 급여의 9%를 내도록 하고 수령액의 소득대체율은 국민 연금과 같은 40%로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연금 수령액이 줄지만 민간기업에 준하는 퇴직금 제도를 도입해 퇴직 후 생계를 보장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배경과 방안은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국가 재정적자를 메우고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부담을 줄이려면 공무원 연금개혁은 필수적이라는 것. 더구나 30년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국민 연금과 공무원 연금 수령액을 비교하면 공무원 연금 쪽이 더 높기 때문에 연금 간 불균형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공무원들은 정부가 숫자로 장난을 친다고 격분했다.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은 민간기업보다 급여가 턱없이 낮아 그동안 연금으로 이를 보상받았다"며 "정부는 국민 연금과 공무원 연금을 비교하는데 국민 연금은 10년 납입 후 받는 반면 공무원 연금은 30년이 돼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기업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고 했으면서 100만명에 육박하는 공무원에 퇴직금을 지급하면 그 재원은 어디서 충당하겠느냐는 것.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개혁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노조원들이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News1
이처럼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 공무원이 절대 반대를 내세우면서 정부와 공무원들의 대립각은 커져만 간다. 공무원 노조 등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학회 주최 토론회장까지 찾아가 토론회장 단상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무산됐다.
이날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공무원들은 "토론회를 연 연금학회는 재벌 보험사와 긴밀한 관계고 토론회 내용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개혁안의 당사자인 공무원의 의견수렴이 배제된 연금개혁안은 밀실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의 이런 반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확정한 게 아닌데 공무원들이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는 것. 또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각종 연금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것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운용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1990년대 말부터 공무원 수를 늘리고 연금을 확대하면서 연금 수급 불균형을 키운 장본인이 정부였으면서 이제는 한마디 상의 없이 공무원의 실질 임금을 깎는 식의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까지 공무원 연금으로 국고지출이 커질 것을 뻔히 알았으면서도 1960년 제도 도입 이후 제대로 손질하지 않았다"며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만큼 연금의 재정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에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정책학회 관계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는 연금 수준과 공무원의 생계를 보장할 연금 수준 사이에 합의점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미래가 없는 공무원은 부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회적 협의체 만들어 실질 임금 보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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