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행복한 나라' 부탄의 7번째 금메달 도전
2014-09-23 13:31:36 2014-09-23 16:13:29
[인천=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010년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에서 주인공 방태식(김인권 분)은 취업을 위해 동남아인으로 위장한다. 외국인 근로자로 변신한 그는 "부탄에서 왔어요"라며 순수한 미소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자 영화 속 인물들 모두 낯선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낸다.
 
아직은 한국과 낯선 나라 부탄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다. 1990년 베이징(중국) 대회 이후 벌써 7번째 출전이다.
 
부탄은 16명(남14·여2)의 선수단이 양궁, 육상, 복싱, 골프, 사격, 태권도, 테니스 7종목에 나선다. 참가 인원을 봤을 때 브루나이(11명)를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수다.
 
◇지난 19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부탄 선수단. (사진=로이터통신)
 
그렇게 많고 많은 금메달이 아시안게임에 걸려있지만 부탄은 몰디브, 동티모르와 함께 이제껏 단 한 번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한 나라다. 스포츠에서 상대와 경쟁해 이기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고 즐기는 데 목적을 뒀다.
 
부탄의 생활 체육 인구는 많지만 승부를 떠나 즐기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탄 사람들이 자주 즐기는 운동으로는 양궁이 꼽힌다.
 
부탄은 1910년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 1947년 인도의 독립과 함께 영국의 지배를 벗어났다.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맥 인근에 있는 부탄의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 땅에 약 70만 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속이 꽉 찬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나온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라는 책을 보면 부탄은 국가행복지수(GNH)를 강조하는 나라다. 흔히 알고 있는 국민총생산(GNP)이나 국내총생산(GDP)은 행복 다음이다. 부탄 국민 97%가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당연히 높다.
 
특히 부탄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겪던 시기부터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 강대국의 원조를 받아 빠른 산업화를 할 경우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우려를 정책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부탄은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해 나무를 팔지 않고 국토의 60%를 산림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을 만들었다. 외국 관광객의 입국도 다소 제한적이다. 지금도 부탄을 여행하려면 체재비(약 200달러)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러 특성 때문에 금메달과는 거리가 먼 부탄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다. 복싱의 시겔 펍(30·Sigyel Phub)이 부탄의 금메달 기대주다. 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밴텀급(56㎏)에서 5위에 올랐다. 부탄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이다.
 
◇부탄의 복싱 선수 시겔 펍. (사진캡쳐=시겔 펍 페이스북)
 
한국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김재휴(50) 코치가 2009년부터 부탄 복싱대표팀을 맡고 있다. 스포츠 약소국을 후원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OCA-비전 2014'에 따라 부탄의 복싱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 7월 부탄 복싱선수단은 인천으로 들어와 3주간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0 광저우(중국) 아시안게임까지 통계를 보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해 본 국가는 중국과 일본뿐이다.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나라는 일본이다. 16회 참가해 2650개의 메달을 땄다. 중국이 10회 참가해 2553개로 그 뒤를 잇는다. 한국은 15회 참가해 1829개로 3위다. 아시안게임이 한·중·일 3국의 '메달 싸움'이라는 평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이른바 '스포츠 약소국'들의 분전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부탄도 그중 하나다. 시겔 펍은 오는 24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리는 복싱 남자 밴텀급(56kg) 64강전을 시작으로 행복한 나라의 첫 금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부탄 복싱 선수단과 김재휴 코치(왼쪽 두번째). (사진=인천아시안게임 공식 블로그)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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