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4일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권고한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결정에 따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안을 의결하고, 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분리공시 삭제에 대해 일부 상임위원들은 재심사, 입법추진, 유권해석 요청 등 잇단 후속대책을 제안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 조항을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결정은 법제처가 "분리공시에 따라 보조금의 일부인 제조사 장려금 규모를 공개하는 것이 상위법인 단통법 제12조1항에 위반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상임위원, 재심사·입법추진·유권해석 요청 등 후속대책 제안
그러나 방통위는 내부적으로도 충분한 검토와 법률자문을 받아 제도 도입을 결정한 만큼 법제처와 규개위의 결정이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했다.
특히 김재홍,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재심사 ▲입법추진 ▲유권해석 요청 등 후속대책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김재홍 위원은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단통법 시행 이후라도 분리공시가 명문화될 수 있도록 입법추진을 할 필요는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절대다수가 분리공시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데 특정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삭제한다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 정책결정인가"라며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상임위원들이 모여있는 합의제 정책기구 방통위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의한 안건을 타 부처에서 뒤집는다는 것은 방통위의 존립기반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은 "일차적으로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것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마땅치 않다면 단통법의 분리공시제를 법적으로 명문화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삼석 위원은 법제처에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고 위원은 "법제처 스스로 유권해석을 바꾼 적도 있고 법원에서 패소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방통위도 분리공시 도입을 결정할 당시 충분한 유권해석을 검토한 만큼 법제처의 결정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이어 규개위 결정에 대해 "규개위가 삼성전자와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고시 삭제를 권고한 것은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국익으로 포장된 기업이익을 우선시한 적절치 못한 실례로 남을 수 있다"며 "향후 정기국회에서 단통법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이 명확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권 추천의 허원제 부위원장은 규개위 결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허 부위원장은 "그동안 방통위 내부에선 소수 의견자로서 다수 의견을 따라왔지만 규개위 전체 회의를 통해 분리공시 반대가 다수 의견이라는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했다"며 "분리공시가 우리 경제에 또다른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규개위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미연 기자)
◇최성준 위원장 "차질없는 10월 시행이 더 중요..내키지 않지만"
이같은 의견들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된 분리공시가 관철되지 못하고 삭제 권고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며칠 남지 않은 단통법 시행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앞서 언급된 분리공시 입법추진, 법제처 유권해석 요청 등의 후속대책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할 것인지는 현재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아쉽게도 단통법 시행일인 10월1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재심사를 요구했다가 그 전에 결론이 나지 않게 되면 세부기준이 부재한 법 시행으로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재심사 요청보다 중요한 것은 분리공시 이외에도 다양한 조항들이 담겨있는 단통법이 일단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나머지 고시안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며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규개위의 삭제 권고를 반영해 고시안을 의결하고, 법 시행 이후 시장상황 평가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상임위원들도 법 시행이 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함에 따라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된 단통법 6개 고시안은 일괄적으로 의결됐다.
김재홍 위원은 "절대다수가 원하는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사회적 기회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며 "국민 혹은 시민단체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기보다 책임있는 정책기구로서 방통위가 후속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조금 상한액 27만원→30만원..최대 '34만5000원'까지 가능
한편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27만원이던 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판매점이 15% 범위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는 최대 34만5000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앞서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액을 25만원~35만원 범위에서 설정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 위원장은 "6개월마다 조정 가능하다는 점이 '안전장치'이기는 하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이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결정된 30만원 상한액으로 최대한 시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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