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는 가전사업을 완전히 접고 에너지부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큰 폭의 사업방향 수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가전시장에서 수익 담보는 어려워졌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시장 상황 또한 예전 같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다.
◇GE와 지멘스는 최근 가전사업분야에서 철수하고 에너지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사진=각 사)
이달 초 GE는 100년 역사를 지닌 가전사업부를 33억달러(약 3조4370억)에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했다. 매각 마무리까지는 행정절차 등 수개월 정도가 더 소요될 예정이다. 이로써 GE는 높은 인지도에 비해 낮은 수익성으로 골머리를 썩이던 가전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독일 명품가전 브랜드 지멘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멘스는 그동안 보쉬와 공동으로 ‘보쉬앤지멘스홈어플라이언스(BSH)’라는 사명으로 가전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지멘스는 자사가 가진 BSH 지분 전량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멘스 역시 에너지사업으로 방향을 수정한다.
GE 가전은 최근 뚜렷한 하향세지만 북미지역에서 여전히 탄탄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유럽 명품가전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룩스지만 로컬 업체가 강세인 북미 공략을 위해서는 GE의 인지도가 필요하다. 때문에 GE의 제품들은 인수 후에도 ‘GE’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아직 지분 매각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지멘스 역시 지분 매입자에 상관없이 브랜드 명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지멘스 관계자는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지멘스라는 이름를 단 가전제품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의 지형 변화는 뚜렷하지만 계속된 브랜드의 제품 출시로 소비자 인식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큰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가전 1위는 미국의 월풀이었다. 월풀은 지난해 약 188억달러(약 19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과 LG는 각각 166억달러(17조3000억원)와 160억달러(16조6800억원)로 그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일렉트로룩스가 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200억달러(약 20조8600억원) 이상의 매출 규모를 갖추게 됐다. 양사 매출을 더한 단순 수치만으로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규모 면에서 삼성과 LG에게는 분명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가전사업에서 손을 떼고 인수합병 됐지만 해당 브랜드의 제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출시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플레이어(Player)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기존 경쟁업체의 커진 몸집이 삼성과 LG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점을 보이는 지역들이 달라 인지도와 충성도, 유통망 등이 결합할 경우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와는 반대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월풀의 188억달러라는 연 매출은 회사가 소유한 로컬업체들의 매출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전 제품이 월풀이란 이름으로 팔린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매출 규모와 브랜드 경쟁력이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GE와 일렉트로룩스가 인수합병 후에도 여전히 독립적 브랜드명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소비자 인식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최근 가전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스마트홈 분야의 압도적 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기업들의 전망이 밝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스마트홈 사업은 삼성·LG가 선도적으로 업계를 이끌어온 만큼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해외사들보다 한발 크게 앞선 상황이다.
실제로 품질과 전통만을 고집해오던 해외 명품 가전사들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유럽지역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를 통해 스마트홈과 관련된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며 흐름에 편승했다. 특히 이들의 스마트홈 체계가 삼성·LG와는 달리 아직 타 업종과의 공조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자사 제품만 판매하는 만큼 매출과 브랜드파워가 직결된다"며 "수치상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력과 현재 가전업계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스마트홈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한다면 삼성과 LG의 2015년 세계가전 1위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왼쪽)과 LG전자(오른쪽) 모델이 자사 스마트홈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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