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협상 잠정중단 이후 한전 부지 인수 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실타래가 얽혔지만, 진통 끝에 통상임금 확대 문제 등에 합의하며 올해 임금협상의 최종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9일 울산공장 아반떼 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양측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금교섭에서 2014 임금협상 잠정안에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에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기구 구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 및 설비 투자 ▲품질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노력 ▲잔업 없는 주간연속2교대 조기 시행 노력 ▲정년 만 60세 보장 등의 주요 안건이 담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비롯한 경영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추락하는 등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 노사가 공감해 이번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서는 자동차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밀접한 영향이 있는 만큼 노사가 임금체계 개선을 신중하게 논의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의 2014 임금협상 모습.(사진=현대차 노조)
◇통상임금, 출구 찾다
양측은 올해 임금협상 최대 쟁점이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라는 별도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통상임금을 포함한 선진 임금체계 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통상임금 확대건을 개별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 전체와 국가경제를 고려해 거시적·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확대는 향후 소송 결과를 존중해 적용키로 합의했으며,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됐던 복잡한 수당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임금체계 개선에도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이밖에도 근로시간을 단축해 국내공장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근무형태 변경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회사는 노사의 이번 합의로 현대차와 유사한 상여금 지급형태를 갖고 있는 타 기업들의 통상임금 해법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를 현대차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 산업과 국가경제적 측면을 포함해 중소 협력업체와의 양극화 해소에도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미래 발전 위한 패러다임 변화 예고
노사 양측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이 향후 고품질·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데 공감하고 물량 확보와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노사 미래발전전략'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임금'만이 쟁점이 됐던 교섭 관행에서 벗어나 노사 모두의 미래발전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로 합의하는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특히 품질과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투자가 노사 모두의 공통 화두로 등장하며 인식을 같이 했다.
양측이 합의한 미래발전 전략으로는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냉방관련 대규모 설비 투자 ▲품질향상을 위한 분기별 노사공동 품질 세미나 실시 ▲친환경차 노사공동 연구회 활동강화 ▲내수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노사공동 홍보활동 실시 등이 제시됐으며, 이를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올해 임금인상과 성과금 지급 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다. 이는 지난해 경영실적 하락과 올해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양측은 설명했다.
임금 지급과 관련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성과금 300%, 500만원 지급 ▲IQS 목표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달성장려금 37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이 담겼다.
성과금 규모는 지난해 350%, 500만원에 비해 다소 축소됐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6% 감소했고 올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의한 수익성 악화와 내수시장 점유율 감소 등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대해 노사가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집행부가 새롭게 교체될 때마다 매년 최대 성과 요구를 반복했으나, 올해는 실리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이경훈 위원장의 주도로 경영실적에 연동한 성과금 지급에 합의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 근로자들의 기여도를 인정해 성과금을 많이 지급하고, 이익이 줄어들면 하향 조정하는 합리적 성과 배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고자 복직건 수용 불가..노노갈등 불씨 남아 최종타결에 걸림돌 전망
노노갈등의 불씨가 됐던 해고자 복직 요구건은 끝내 회사가 수용을 거부하며 일단락됐다. 회사는 생산라인을 무단 정지하고 휴일특근 노사 합의에 불만을 품어 불법파업과 폭력행위를 선동한 노조 간부 2명에 대한 복직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는 회사가 해고자 복직 문제를 기업의 인사권 행사의 본질적 부분으로 봤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개별적 사항으로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차는 엄연한 불법행동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향후 불법행위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노사관계 안정화의 초석을 세웠다고 자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관된 원칙을 지킴에 따라 구태의연한 불법적인 방식은 절대 통하지 않으며, 모든 주장은 반드시 원칙에 의거하여 합리적이고 정당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설명회는 30일 현대차 노조의 대의원 선거구별로 실시된다. 설명회는 대의원 400여명이 각 선거구에 포함된 조합원들을 모아 진행하는데, 대의원들의 계파와 성향에 따라 조합원의 여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집행부와 갈등을 야기했던 강성파의 강한 반발을 어떻에 무마하느냐가 최대 관건.
이어 조합원 총회와 찬반투표는 다음달 1일 실시된다. 그러나 노조가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한 당초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하며 회사의 요구에 순응했던 점,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던 일부 강경파 조직의 거센 주장을 노사 양측의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점 등이 최종 타결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부결된 적이 지난 2008년 한 차례 있었다"며 "당시 근무 2교대를 관철시키려 했던 조합원 내 일부 강경세력들의 반대로 최종타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는 해고자 복직과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며 올해 노사협상 과정을 비판해온 일부 강경조직의 모습과 같다.
노조 관계자도 "지금도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세력들이 있어 최종 타결이 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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