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남 지사는 6일 평택산업단지 조기 가동을 위한 투자·지원 협약식이 끝난 직후 권오현 부회장에게 "모든 정부 행정이 삼성전자에 맞춰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대선공약이었던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뒤로 하고 대폭적인 규제 개선에 나선 것도 재계의 투자를 이끌기 위한 조치다. 이는 곧 삼성과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 일선 행정이 짜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졌다.
남 지사의 발언에 이어 공재광 평택시장은 권 부회장에게 "(다른 건 괜찮으니)평택에 투자만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매불망 대기업의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의 입장이 솔직한 부탁으로 이어졌다. 이에 권오현 부회장은 미소를 머금고 "평택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경기도와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조기 투자 협약을 맺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로 경제효과 40조원, 고용창출 효과 15만명의 파생효과가 예상된다. 평택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대규모 투자 집행이다. 삼성은 그간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중심의 투자를 진행, 정부가 기대했던 낙수효과 등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정부는 삼성전자의 조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설립을 위한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지원과 함께 투자 관련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나섰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가동을 기존의 2018년 말에서 2017년으로 크게 앞당길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재편과 반도체 시장 활황이라는 경영적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조기가동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경제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국정기조로 고쳐 잡으면서 재계의 대들보인 삼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남경필 지사의 발언 역시 삼성전자의 평택라인 조기 가동을 위해 정부 측에서 적지 않은 행정력을 투입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평택공장이 본격적인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시점은 2018년 말부터다. 하지만 이번 조기투자 협약으로 평택 공장의 1년 이상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면서 박근혜 정권 임기 내에 막대한 경제효과가 뒤따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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