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말기유통법의 효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봐주기' 논란이 정치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6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제조사와 이통사간 보조금 규모를 따로 공시하는 '분리공시' 제도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효과가 전무한 반쪽짜리로 전락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그간 휴대폰 보조금 지원규모와 내역이 기업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은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야 했다.
복잡한 2~3년 약정 구조와 쏟아지는 할인정책에 실제 싼값에 구매하는 것인지 비싼 값에 구매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장면.(사진=곽보연 기자)
이같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어떤 소비자는 공짜로, 어떤 소비자는 100만원 제값을 주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소비자후생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이통사와 제조사별 휴대폰 지원금을 따로 투명하게 공시해 가격인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 바로 '단통법'이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이통3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은 환영의 입장을 보였지만 유독 삼성전자만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이유는 휴대폰 지원금 내역은 절대 공개불가한 영업비밀이며, 만약 가격전략이 노출될 경우 글로벌 경쟁업체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업계에서는 휴대폰 제조원가와 통신비 산정 방법, 주파수 배분, 보조금과 장려금 내역 등은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요구해도 미래부 장관이 버티기로 맞설정도로 금기시된 단어로 통한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통신비 산정과 주파수 경매관련해 미방위원들이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최문기 전 장관은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5:3:2 통신과점 시장과 맞물려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보조금과 장려금은 사실상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정보이기 때문에 '갤럭시' 판매금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1등 삼성은 투명한 분리공시를 반대하고, 2등 LG전자와 팬택, 외국계 회사가 찬성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통신업계도 5:3:2 구조가 고착화 돼 있고 각 통신사별 보조금 스팟 정책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분리공시는 사실상 남일이다. 딱히 반대 입장을 거들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단통법 분리공시가 무산된 이유는 삼성전자가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 장관들도 미래부와 방통위에 끼어들며 삼성전자를 거들어 분리공시를 반대하면서 사실상 하나마나 법으로 표류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무기력한 단통법때문에 통신비 인하 체감효과가 없다며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질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6일 "단말기 유통법을 바로잡는 단통법이 오히려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만 이익보고 소비자 통신인하 효과는 없어 잘못됐다"며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후속 입법도 고려하고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
앞서 심재철 의원은 지난 1일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지금 단통법은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이 투명하지 않고 분리공시도 하지 않아 뭉뚱그리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소비자가 어떻게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단통법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며 "LG전자도 동의한 마당에 삼성전자가 분리공시를 반대해왔고 최경환 장관이 삼성전자 비밀보호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이익 무시하고 시장질서 교란한 행위를 묵인한채 삼성전자 영업비밀 보호에만 치중한 최 장관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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