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벗은 서태지, 딱 한 발짝 세상 속으로
2014-10-10 13:59:32 2014-10-10 13:59:32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오랜만의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가수 서태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스타트를 지난 9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를 통해 끊었다.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좀처럼 없어 대표적인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꼽혔던 서태지의 파격 행보다. 서태지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10년만이다. 서태지의 오랜만의 예능 나들이, 어땠을까.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가수 서태지. (사진캡처=KBS)
 
◇딸 사진 공개에 성대모사도..‘아빠 서태지’ 모습 보여줘
 
서태지는 ‘해피투게더’에서 ‘국민 MC’ 유재석과 마주앉았다. 1972년생 동갑내기이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투샷은 시청자들로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림이었다.
 
서태지는 녹화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하지만 유재석이 노련한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갔고, 절친한 사이인 가수 김종서가 출연해 힘을 실어주면서 서태지는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태지는 MC들과 농감을 주고받고,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8월 세상에 나온 딸의 사진과 아내인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 사진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자신의 사생활을 스스럼 없이 보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딸을 얻고 난 뒤 예전과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아내와 딸을 위해서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고 말하는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도 ‘신비주의 연예인’도 아닌, ‘아빠 서태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에 대해 꽁꽁 숨긴 채 20년 넘게 가요계 활동을 해왔던 서태지가 이번 예능 출연을 계기로 대중들과 한 발짝 가까워졌다.
 
◇딸의 사진과 아내와의 결혼 사진을 최초로 공개한 서태지. (사진캡처=KBS)
 
◇‘해피투게더’, 서태지 컴백 방송으로 적절했나
 
방송 전, 서태지가 컴백 방송으로 ‘해피투게더’를 선택한 것이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해피투게더’는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특성상 심도 있는 토크쇼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피투게더’가 서태지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 특히 서태지와 이혼 소송을 치렀던 이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지아는 지난 8월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서태지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언급을 했고, 이후 서태지 측은 이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 만큼 서태지가 이지아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해 입을 열지 관심이 모아졌던 것.
 
결과적으로 ‘해피투게더’는 서태지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다. 물론 서태지의 입장에선 이미 지나간 사건에 대해 또 다시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이혼 소송 당시의 합의 내용 때문에 입을 여는 것이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다. 서태지는 “행복하게 지내고 잘 됐으면 좋겠다. 다 내려놓았으면 한다”라는 정도로 이지아에 대해 언급했다.
 
‘해피투게더’ 측은 오랜만에 예능을 출연하는데다가 공백기 동안 큰 일을 겪었던 서태지를 최대한 배려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그 배려가 지나치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서태지에게 던진 질문들은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고, 시청자들로선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서태지가 대중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태지 버전 ‘소격동’ 공개..뮤직비디오는 두 버전으로
 
서태지는 ‘해피투게더’ 방송 다음날인 10일 신곡 ‘소격동’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소격동’은 지난 2일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과는 다른 서태지 버전의 곡이다.
 
애초 10일 자정에 이 곡을 공개할 예정이었던 서태지 측은 음원과 뮤직비디오 공개를 12시간 미뤄 정오에 공개할 정도로 뮤직비디오 편집 작업에 힘을 쏟았다.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 뮤직비디오는 태지스 컷(Taiji's Cut)과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두 개의 버전으로 제작됐다. 10일 공개된 태지스 컷 버전 뮤직비디오는 서태지와 서태지 밴드의 모습이 중심이 된 버전이며, 11일 공개되는 디렉터스 컷 버전 뮤직비디오는 드라마가 중심이 된 버전이다.
 
서태지 측은 “태지스 컷 뮤직비디오는 듣는 이들이 조금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제작됐다”며 “서태지 버전 ‘소격동’ 뮤직비디오 2개와 앞서 공개됐던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 뮤직비디오가 함께 연결되면 비로소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서태지는 오는 20일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매하며, 이에 앞서 오는 1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개최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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