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논란을 둘러싼 5가지 쟁점..다음카카오는 억울한가
2014-10-10 23:30:09 2014-10-10 23:30:09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검찰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카카오 측은 보안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대책을 제시했지만, 사내외 주요 인사의 발언과 추가 의혹이 제기되며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카카오톡 논란과 관련한 5가지 문제를 정리해 본다.
 
◇카카오톡 ‘검열’은 사실이었나?
 
지난 8일 다음카카오가 공식블로그를 통해 검열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실시간 검열은 불가능하지만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이 집행된 개인의 대화 내용 전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해왔다고 인정했다.
 
이전까지 다음카카오 측은 ‘감청 영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으나,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외부로 잘못 알려졌다고 사과했다.
 
◇다음카카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 동안에 오해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다(사진=다음카카오 공식 블로그)
 
같은 날 다음카카오가 공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다음카카오는 61건의 감청영장 집행 신청을 받았고, 이중 93.4%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또 통신확인자료(로그기록, IP) 신청은 1044건 받았으며, 이중 76.7%를 정보 기관에 제공했다.
 
이후 일부 언론은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 시 법무팀 직원이 범죄사실을 판단해, 해당 내용을 수사당국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은 곧 다음카카오가 임의로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논란으로 번져갔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서버에 남아있는 정보만 제공할 뿐, 절대 자의적으로 특정 대화만 선별해 제공하지 않는다”며 “해당 언론사에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보도가 나갔고, 이러한 발언을 하신 검찰 관계자가 누구이며 검찰의 공식입장인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카카오톡의 개인정보 후속대책의 강도는?
 
다음카카오는 서비스의 근간인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없다며 ‘외양간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자 정보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압수해 대화내용을 보지 않는 이상 다음카카오의 서버를 통해 대화 내용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8일 이전에는 서버에 저장된 카카오톡 일반대화 내용이 서버 저장용량에 따라 약 7일 지나면 지워졌지만, 앞으로는 서버용량과 관계없이 3일이 지나면 일괄 삭제된다.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과 법원 허가 기간을 고려할 때 서버에 남아 있는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이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된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을 집행해 수사 대상자가 모르는 사이 당국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검열’하는 일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단말기에 암호키를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했다.
 
이 경우 수사당국이 카카오톡 서버 내용을 전달받더라도, ‘프라이버시’ 모드로 대화한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사용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암호키’가 필요하다.
 
앞으로 수사당국이 프라이버시 모드로 대화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기 위해서는 수사 대상자의 스마트폰을 같이 압수할 수밖에 없어, ‘나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용자가 알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 모드는 연내에 도입하며, 내년 1분기에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도 이 같은 강력한 보호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보면 타이머챗 기능만 암호화되는 ‘텔레그램’보다 더 강도 높은 사생활보호 기능을 적용한 것”이라며 “짧은 기간에 강력한 개인보호 정책을 발표한 카카오의 노력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대응이 논란을 키웠나?
 
이번 논란은 지난달 18일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두고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에 대해 상시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요 포털사와 함께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효율적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 다음카카오 관계자가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음카카오가 수사당국의 사찰에 협력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달 2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3~7일 간만 저장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 없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첫 대응을 하고, 지난 1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기자간담회에서도 사용자 정보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지만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에 따라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기간별로 수사기관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고, 사내 외에서 관계자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
 
◇논란을 낳은 구태언 변호사 페이스북 글. 구 변호사는 이후 이 글을 삭제하고 개인적인 의사표명으로 특정 회사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사진=페이스북)
 
특히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인 구태언 변호사가 개인 입장에서 “뭘 사과해야 하는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며 “논의의 핵심이 아닌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덜을 보는 세력이 있다네”고 남긴 페이스북 글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 에이케이스의 유민영 대표는 "기업이 국가의 법과 제도, 문화 습관을 넘어서긴 힘들고 다음카카오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려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에 가서 해야 하는 말을 전하고 있다"며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번 검열 논쟁은 여론과 공중(公衆, public, Publikum), 복수의 대중과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정책과 철학, 영혼을 실정법과 분리시켜서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다음카카오는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애초 이번 사태는 검찰이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데서 시작됐고, 시민단체가 검찰이 무분별하게 카카오톡의 개인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IT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다음카카오가 초기에 소비자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 논란이 다음카카오에 대한 비판만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번 논란에 대한 대한 후속 조치의 하나로 매 반기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투명성 보고서. 통신자료, 통신사실확인자료, 감청영장 등의 상세 내용이 담겨있다(사진=다음카카오 공식블로그)
 
IT 포털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정부로부터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고객정보 건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지난 2010년, 트위터는 지난 2012년부터 같은 이름으로 정부의 사용자 정보 요청건수를 밝혀왔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서비스지역 국가의 법에 따라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만, ‘투명성 보고서’란 이름으로 많은 자료를 요청하는 국가일수록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국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해온 것이다.
 
다음카카오도 이번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이번 논란의 근원은 국가의 지나친 개인정보 요청이라는 점을 알리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다니요”라며 “저도 카카오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건 선후가 바뀌었어요”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사실이 전혀 중요하지 않고, 다음카카오만 양치기 소년이 됐다”며 “이러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이메일처럼 메신저도 한국 서비스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질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후 논란의 방향은?
 
지금까지 사태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시민 단체의 문제제기와 수사기관에서 나오는 메시지, 다음카카오 관계자들의 돌발 발언 등이 불협화음을 내며 진행돼, 향후 사태의 진행방향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향후 논쟁은 결국 ‘기업윤리’와 ‘정치’ 영역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과거의 해킹 사건처럼 허술한 보안조치로 기업이 사용자 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아니라, 기업이 법을 지키는 과정에서 과연 이용자 정보를 보호할 의지가 있었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처음부터 기업의 과실 유무를 따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는 메시지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가져야 할 ‘윤리’ 차원의 문제였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오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밝히는 ‘사용자정보 보호를 위한 기업의 입장’을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여론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쟁점은 단순히 다음카카오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검찰의 사이버사찰 의혹과 관련해 'SNS•통신검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무분별한 수시기관의 SNS 검열과 통신감청에 제동을 걸고 나섰으며,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비난과 무차별 인신공격으로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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