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공기업이 지방이전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초호화 사택구입 등에 수억원대의 비용을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수원과
한국전력(015760) 산하 발전자회사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직원복지를 명목으로 내세운 지방이전용 사택구입·임대비용이 51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경주로 내려가는 한수원은 전용면적 85㎡의 민간분양 300세대와 자체 신축 700세대 등의 사택을 마련하며 3223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수원 직원 사택마련에 직원 1인당 3억2200만원이 사용되는 셈이다.
한수원이 사택을 직접 짓는 경북 경주시 진현동 500세대(1415억원)와 동천동 200세대(943억원)는 무려 2358억원이 들어간다. 세대당 평균 3억3686만원이 쓰인 것으로, 사택이 복지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과다지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한수원이 신축하려는 사택 700세대는 수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며 "미리 개발예정 토지를 발표하는 등 어설픈 대응으로 땅값이 급등했기 때문인데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동서발전은 전용면적 43㎡의 독신자 숙소 100세대 신축에 283억원을 썼다. 독신 직원 1인당 2억8200만원이 소요됐는데, 동서발전이 임시 사택용으로 산 민간 아파트 가격이 88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2.4배나 많은 것이다.
충남 보령시로 옮기는 중부발전은 전용면적 33㎡의 30세대와 42㎡의 130세대 등 직원 160명이 쓸 독신자 숙소를 짓고 있는데 신축비로 337억원을 썼다. 그러나 보령시의 분양 아파트값이 전용면적 기준 60㎡형은 1억2400만원, 76㎡형은 1억8800만원, 85㎡형은 2억19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사택 신축은 민간 아파트 구입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경남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남동발전은 전용면적 43㎡의 독신자 숙소 58세대를 새로 짓는데 부지비용 25억원과 건축비 73억원 등을 썼다. 이는 인근에 전용면적이 85㎡인 민간 분양아파트 실거래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 8월에 충남 태안군으로 내려가는 서부발전은 본사 사택 220세대와 발전소 사택 395세대 등 모두 615세대의 신축비용으로 1423억원을 쏟았다.
박완주 의원은 "사택을 직접 짓지 않고 건설업체 분양을 활용할 경우 이주비용은 크게 절감된다"며 "에너지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동서발전의 독신자숙소 전경(사진=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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