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희림, 압구정3구역조차 예외 없다…선제 대손의 속내
공정률 2%대에도 대손 설정…사업 초기부터 리스크 관리
'설계 용역' 특수성 반영한 회계 전략…미청구공사 관리 강화
과거 해외 프로젝트 대규모 대손 이후 보수적 회계 정착
2026-01-27 06:00:00 2026-01-27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3일 17: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037440))가 국내 최대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을 포함해 주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설정에 나서며 보수적 회계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는 물론 이미 공정이 완료된 사업장에 대해서도 대손을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과거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미수금 정산 지연을 겪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회수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재무 구조의 투명성과 실적 변동성 관리에 방점을 둔 경영 판단으로 풀이된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정비사업 설계도 (사진=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압구정3구역·백현마이스 등 우량 사업장에도 예외 없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희림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공정률이 2%대에 불과한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정비사업 설계용역에 대해서도 미청구공사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장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5억9162만원이며, 이 가운데 10%인 5823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초기 단계임에도 충당금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특히 압구정3구역이 국내 재건축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징성을 감안하면, 규모나 입지와 무관하게 회수 가능성을 우선 반영하는 희림의 보수적 회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로 평가된다.
 
보통 압구정 일대 재건축과 같은 초우량 사업장은 조합의 자금 여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이 높아 회수 불확실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손을 설정했다는 것은 회사 내부의 리스크 관리 기준이 얼마나 촘촘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정률 2.39%라는 수치는 사실상 설계 업무가 막 시작된 단계임을 의미한다. 통상 이 시점에는 인건비와 외주비 등 비용 집행이 먼저 이뤄지고, 대손충당금 설정은 공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 검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희림은 업무 착수 직후부터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일단은 못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가정하고 회계에 반영했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희림은 압구정3구역 설계 공모 과정에서 용적률 산정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었고, 한때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행정 리스크를 직접 경험했다. 인허가권자와의 이견, 조합 내부 갈등, 정책 변화 등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경우 설계비 회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한 것이다.
 
희림의 보수적 회계 잣대는 백현마이스(MICE) 도시개발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 공정률 11.86%로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현재 미청구공사 23억1300만원 중 약 28%에 달하는 6억460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백현마이스 사업은 성남 판교 인근의 핵심 입지에 복합전시장·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장기적으로는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의 특성상 인허가 및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환경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큰 만큼,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업 초기에 선제적으로 실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베트남 롱탄공항 등 해외 완공 사업장도 대손충당금 설정
 
국내 초기 사업장이 선제적 방어에 집중한다면, 해외 현장은 철저한 잔존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공정률 100%에 도달해 외형상 사업이 종료된 프로젝트에서도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롱탄 국제공항의 경우 공정률 100%로 업무가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미청구공사 약 15억7000만원 중 36%에 달하는 5억600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역시 완공 상태에서 약 20.7%의 높은 설정률을 보이고 있다.
 
해외 현장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현대차(005380) 사우디아라비아 CKD(반제품 조립) 공장 신축공사 현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공정률 80%로 준공을 향해 가고 있으며, 발주처가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라는 점에서 대금 회수 안정성이 매우 높은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희림은 이 현장의 미청구공사 약 7억3000만원에 대해서도 약 5200만원(설정률 7.1%)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비록 롱탄 공항(36%)이나 루사일 타워(21%)에 비하면 설정 비율은 낮지만, 우량 화주인 대기업 프로젝트마저 리스크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중동 지역 특유의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설계 변경 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변수까지 장부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대손 설정의 이면에는 과거 해외 수주 확장기 동안 겪었던 미수금·손상 경험이 학습 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희림은 아제르바이잔·중동 등 신흥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사업에서는 유가 하락과 현지 정치·경기 상황 변화 등으로 발주처 대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상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장부상으로는 이익을 냈지만 실제 현금 유입이 막히며 이익 변동성이 커졌던 당시 경험이 경영진의 리스크 인식에 영향을 미쳤고, 이후 보다 보수적인 대손·손상 인식 기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또 사업장마다 대손충당금 설정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시공사와는 다른 설계·CM(건설사업관리) 용역 특유의 정산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공사가 물리적 공정률에 따라 기성금을 청구·회수하는 구조인 반면, 설계·CM 용역은 무형의 설계 도서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상 발주처의 승인·검토 절차에 따라 대금 회수 시점이 크게 달라진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기준상 공정률에 따라 매출과 미청구공사(계약자산)는 지속적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청구와 현금 유입은 특정 마일스톤(단계별 지급조건)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미청구공사가 구조적으로 누적되기 쉽다. 희림이 준공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산 지연과 클레임 가능성을 감안해, 매출 인식과 대금 회수 시점 사이의 불일치를 대손충당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희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건축·건설업계의 경우 초기 사업장은 인허가 절차와 사업 일정상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회계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공사가 완료된 이후 잔여 정산 협의나 채권 회수 시점 등에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잠재적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회계에 반영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투명한 회계 원칙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