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CSR 인식 부족..삼성, 제2의 코닥될 수 있어"
2014-10-16 09:02:10 2014-10-16 09:02:10
[뉴스토마토 김혜실·우성문 기자] "기업이 사회적책임(CSR)을 다하는 것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또 하나의 투자다."
 
기업들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CSR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틴 노이라이터 비엔나대학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마틴 노이라이터 비엔나대학 교수(사진)는 "CSR은 기업이 자선 차원에서 사회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CSR은 기업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준수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ISO26000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가 CSR을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든 국제 표준 지표다.
 
마틴 교수는 ISO26000의 책임자로, 10년의 노력 끝에 지난 2010년 ISO26000을 공표한 바 있다.
 
그는 "재정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CSR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어 확산이 더딘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에게 CSR은 여전히 이미지, 명성, 홍보(PR) 등이 주 목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식의 부족은 낮은 이해도를 낳았고, 끝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홍보 위주의 일회성 지출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현실로 이어졌다.
 
마틴 교수는 특히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을 예시, "삼성은 제2의 코닥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며 "올바른 경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기술력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순간 고객들은 회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마틴 교수는 또 "포스코를 포함해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 역시 현지 환경과 인권을 무시해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마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ISO26000에 대해 설명해 달라.
 
▲ISO는 국제표준화기구로, 광범위한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제정해서 공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로 대략 19000개의 표준들이 있다. 또 ISO는 글로벌 무역을 격려한다. 2000년 ISO는 SR에 대해 표준을 정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ISO26000을 만들기로 했다. 10년의 노력 끝에 결국 2010년 11월 표준들이 공표됐고, ISO 표준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ISO26000은 여러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는 SR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려고 했다. SR은 회사가 '어떻게(How)' 비즈니스를 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What(무엇을)' 하느냐 보다 훨씬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의무, 투명도, 윤리적 실천, 준법, 국제적 표준 준수, 인권 존중 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조직 거버넌스, 인권 존중, 노동활동, 환경, 운영관행, 소비자이슈, 커뮤니티 참여 등을 행하는 것이다.
 
-제정된 지 4년이 지났는데 체감하는 사회적 변화가 있는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웃음). 4년은 큰 변화가 감지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각 건물에 소화기를 몇대씩 배치해라'와 같은 객관적 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와 그것에 대한 측정이 쉽지 않다.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공공기관들이 ISO26000을 실천하고 있고, 흡수는 빠르다고 생각한다. 기대감도 크다.
 
-ISO26000을 잘 지키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객관적으로 ISO 기준 카피가 많이 판매된 양으로 비교한다면 프랑스다. 그 다음은 브라질, 스웨덴, 그리고 일본과 중국도 강한 편이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얘기가 많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관련 세미나를 했는데 단 6명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유럽 회사가 주최했는데 아무도 ISO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중국이 놀랍게도 ISO26000를 지키기로 했다. 그후 광동에서 열린 세미나에 갔더니 700명의 참석자가 있었다. 중국 정부가 ISO에 대해 완전 무관심에서 긍정적으로 시각을 바꾸면서 관심갖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본다. 현재 중국은 3~4위 수준으로 ISO카피가 팔리는 국가다.
 
-최근 중국에서의 가시적인 변화를 사례로 들 수 있나.
 
▲중국 경제는 저렴한 자원과 인건비로 가파른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한계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싼 임금으로 일하려 하지 않고 환경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그리고 저임금으로 저렴한 제품군을 대량 생산하던 방식에서 더 큰 가치가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로 중국은 이제 일본, 한국, 유럽, 미국 등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SR이 이슈가 된다.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가 더 중요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정부 역시 ISO26000을 권장하고 있고, 곳곳에서 변화가 극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국으로 논의를 넘어가보자. 심지어 중국도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린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은 ISO26000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먼저 ISO26000은 도구이고, 아이디어는 CSR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즉, ISO26000은 SCR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CSR에 대한 이해도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서 CSR에 대한 이해가 느리다는 점이다. 회사들의 시행하는 사례도 극소수다. CSR은 자선사업이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야하는 것 정도로 단편적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회사는 직원과 환경을 착취해서 큰 돈을 만든 후 양심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명성을 위해 기부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은 CSR이 아니고 자선사업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업들이 CSR을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CSR은 회사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운영이 된다면 궁극적으로는 회사 수익에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즉, SR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삼성은 SR을 잘하고 있나.
 
▲솔직히 말하면 삼성이 SR의 기초 개념조차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SR은 거울을 보면서 "난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내적으로는 직원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외적으로는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경영이 더 잘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을 단순 수요자가 아닌 파트너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직 삼성이 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다. 삼성에게 CSR은 여전히 이미지, 명성, PR 등이 주 목적이 되고 있다. 그들이 CSR을 도입하면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닳았으면 좋겠다.
 
현재 삼성에 대한 인식은 높은 기술,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삼성전자 고객들은 '삼성이 좋은 기업이니 이 제품을 사야지'가 아니라 '기술이 좋으니 이 제품을 사야지'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기술 혁신이 영원히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 회사는 언제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어떤 회사가 언제 더 좋은 상품을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만약 올바른 경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기술력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진다면 고객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코닥의 사례를 보자. 코닥은 사진과 거의 동일어(대명사)였다. 사진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일본 회사에 의해 무너졌다. 코닥은 영원히 자신들이 사진산업을 점령했다고 생각했겠지만 한순간에 망하지 않았나. 회사가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삼성이 제2의 코닥이 되지 않으란 보장이 없다.
 
-한국 기업들의 SR이 해외에서는 더 기준 미달이라고 들었다. 어떤가.
 
▲맞다. 한국 회사들은 국내에서는 꽤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밖에서는 나쁜 기업으로 변한다. 포스코(POSCO(005490))의 예를 들어보겠다. 포스코는 인도에 큰 규모의 공장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몇년째 진통을 겪었다. 현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받는 법적 허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른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법적 권리가 있더라도 기업의 물건을 찾는 수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한국 밖에서 사업하는 회사들이 잊는 것 같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법적 허가만 생각하고 '허가만 있으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문제를 바라본다. 현지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들의 권리를 잊어버린다. 현재 베트남 일부에서는 한국 회사들이 오염물질을 강에 배출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큰 곳도 있다. 주민들은 오염수 때문에 병을 얻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ISO26000을 법제화한 국가들이 있는가.
 
▲그렇다. 우선 지난달 15일 유렵연합의회는 대기업들의 환경, 인권, 반부패 등에 관한 '비재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에 따르면, 50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 및 그룹사는 환경, 사회, 고용, 양성평등 및 인권 등에 관한 회사 내 정책 및 규정,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임직원 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 법안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통과됐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통과된 기업법 개정안(CSR LAW)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됐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은 지난 3년 간 평균 순이익의 최소 2%를 CSR 활동에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고, 사내 CSR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을 구성하고 인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기업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하지만 몇몇 회사들은 이 투자로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중요한 변화다.
 
-ISO26000 확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세 분류의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우선 정부 관계자들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도 만날 것이다. 언론 보도가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매 파워가 있는 소비자 그룹들을 만나 어떤 회사가 SR을 잘하 는지를 공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각 기업들의 SR지표를 알 수 있도록 레이블을 만들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이용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한 번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현재로도 충분히 경영을 잘 하고 있는데 왜 CSR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기업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한다. 기업은 이해당사자와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기초가 CSR이라고 답변했다.
 
한국 회사들은 아직 CSR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들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변하고 있고, 이것을 고려하지 못하면 삼성 같은 경우 제2의 코닥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삼성은 거대한 (추락하지 않을 것 같은)회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변화하는 사회를 CSR 도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0년 후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세미나에서 항상 '입이 하나가 있고 귀가 두 개가 있는 것은 그만큼 더 들으라는 뜻이다'라고 기업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한국 회사들은 이 점이 부족하다.
 
-뉴스토마토가 CSR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기업들의 CSR 현황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려고 한다. 조언을 줄 수 있겠는가.
 
▲내가 처음 CSR을 시작했을 때 랭킹을 만들었다. 가장 책임감 있는 회사와 가장 책임감이 덜한 회사의 순위를 정하는 작업만 몇년이 걸렸다. 물론 순위를 정한다면 상위권 회사들은 당신들을 좋아하겠지만, 하위권 회사들은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의미있다.
 
두 번째로는 보상체계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올해 가장 책임감 있는 매니저, 회사 등을 정해 오스트리아 의회로 전했다. 이에 대해 의회에서 상을 주도록 했다. 어렵지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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