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도서정가제, 업계 의견 반영"..출판계 "못 믿어"
정부, 도서정가제 관련 민·관 협의체 내주 초 마련
2014-10-16 17:41:25 2014-10-16 17:41:25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내달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에 앞서 출판업계가 16일 공청회를 열어 법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정을 촉구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민-관 협의체를 내주 초 구성하고, 업계 의견을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일환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이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개최한 '올바른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해 "업계 의견을 시행령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여러 의견을 가지고 국장 등과 검토한 끝에 업계에서 제기하는 6가지 사항을 추가 반영해 내주 초에 업계 실무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며 "중요한 경우 법을 번복해서라도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고 설명해 관련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범출판업계의 의견을 외면하던 문체부가 이날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문체부에 대한 업계의 성토가 쏟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날 공청회에서 문체부가 지난 7월 16일 관련 법안의 입법을 예고하고 업계에 의견을 요청함에 따라 지난 7월25일 관련 의견을 제출했으나, 지난달 3일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
 
장덕진 햇빛문고 대표는 "기나긴 진통 끝에 제정된 도서정가제의 개정과 관련해 문체부는 최근 범출판계가 제출한 의견에 모두 수용불가 의사를 통보했다"며 "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법 예고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고 강조했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도 " 출판계의 오랜 숙원인 도서정가제가 업계 의견을 도외시한 채 개선된다는 것에 굉장한 자괴감이 든다"며 "협회는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필요하다면 이런 공청회를 두 번 세 번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예스24(053280) 도서사업본부 선임팀장은 "도서정가제가 몇 가지 허점으로 어이없이 무효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업계 준수사항 등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고, 지역 서점조합장들은 "법이 있어도 단속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업계의 의견이 수용되는 것인지 되묻는 등 문체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안을 밀어붙이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분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동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하고 장관들도 얘기하니까 그때부터 부랴부랴 움직인 것인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양 대표는 이어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도서정가제가 어떤 취지와 정신을 담고 있는지 되새겨 보고 내용에 대해서 정부와 논의하고 싶다"며 "정부와 출판·서점계의 상설협력회의를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범출판계는 문체부에 제출했던 의견들인 ▲오픈마켓을 '간행물 판매업자'로 규정 ▲임의 세트 도서 구성·판매 ▲기증 간행물을 중고 서적 유통 대상에 포함 ▲외국에서 발행된 간행물의 범위 ▲간행물의 정가 표시 공표 간소화 ▲중고도서, 리퍼 도서 할인 판매, 폐업 출판사 도서 재정가 ▲무료 배송·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과태료 강화 등 세부 사항을 명확하게 해야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이날 재차 강조했다.
 
김민기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은 "관련 법에서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분명치 않아 도서 정가제 시행 이후 오픈마켓(인터넷에서 책을 사고파는 장터를 제공하 는 업체)이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도 "무엇을 위한 개정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일물일가를 통해 정당한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되찾는 유일무이한 길인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시행되도록 문체부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신간과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구간 모두 15% 이상 할인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신간은 최대 19% 할인할 수 있고, 구간은 할인 제한이 없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16일 개최한 '올바른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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