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찰이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의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청구 의견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사이버 검열' 논란을 회피하려는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정 부대표가) 적법하고 정당한 경찰의 과학 수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으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고, 선량한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가 지난 1일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자신이 지인 3000명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가져갔다고 폭로했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정 부대표의 폭로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18일 발표 후 '사이버 사찰'이라는 비난을 받던,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단속 강화 방안'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더해 '감청영장'과 관련한 카카오톡 측의 거짓해명 논란까지 더해졌다. 비난의 초점은 검찰과 함께 카카오(현 다음카카오)에 집중됐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가 졸지에 "가카의 톡"이라는 조롱마저 들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사이버 검열' 사태의 원인을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감청영장에 대해 '영장 취지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적극적으로 집행에 협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사후 1주일 단위씩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협조한 것이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선 최대 7일간 보관해오던 개인 메시지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검찰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몰아친 배경이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지난 8일 거짓 해명에 대해 사과했다. 동시에 이용자가 스스로 선택해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 방법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은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였다. 비난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13일 저녁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여러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6일 서울고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 대표는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절대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카오톡 논란 와중에 검찰도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발단은 지난 13일 법무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된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단속 대책회의 문건이었다. 지난달 18일자 해당 문건을 통해선 검찰의 방침의 배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이버 명예훼손' 발언이라는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또 검찰이 사실상 정부정책 비판을 막는 데에 단속의 초점을 두는 듯한 문구도 적시됐다. 검찰이 중점 수사 대상에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비방을 포함시킨 것이다.
아울러 초법적으로 현행법을 무시하고, 수사팀이 직접 포털에 '임의로 판단한' 명예훼손 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하겠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실시간 모니터링' 방침 역시 나와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단속 방침 발표 중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사과했다.ⓒNews1
논란이 거세지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한발 물러섰다. 해당 문건의 내용에 대해 "일부 의견일 뿐이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다"며 사과했다. 이후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렇듯 다음카카오와 검찰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기존에 유지했거나 발표했던 정책에 대해 줄줄이 '잘못됐다'며 사과했다. 잘못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적 혼란'만이 야기됐다면 그들의 정책이 바뀌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 부대표는 검찰의 주장대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다'기 보다는, 잘못된 부분이 바로 잡히도록 하는 촉매제에 가까운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부대표와 관련한 소송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결국 정 부대표의 폭로로 검찰의 '사이버 검열' 계획이 한풀 꺾인데 대한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의견서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사돈 남 말 한다"며 "국가혼란은 '대통령모독' 운운한 귀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고 검찰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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