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이통사와 제조사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후속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정부가 단통법의 실효성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한 가운데 이통 3사가 요금제 개편과 가입비 폐지안을 발표했고 제조사는 출고가 인하 방안을 내놨다.
◇정부, 이통·제조사에 요금 및 출고가 인하 압박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7일 이통 3사와 제조사 대표들을 소집해 통신요금 및 출고가 인하를 압박했다. 특히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 이후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통사와 제조사가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언급한 바 있다.
최 장관은 또 지난 22일 'ITU 전권회의'가 열리고 있는 부산에서 마련된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법을 시장과 소비자가 받아들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좀더 빠른 결과를 원한다는 얘기가 많기 때문에 이리저리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21일 부산 APG 통합관제센터 개소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단통법 시행 6개월 전부터 요금제와 멤버십 서비스 등을 준비했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혜택이 나올 것"이라고 밝혀 후속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통 3사 서비스 개편안 발표..제조사 일부 출고가 인하
이같은 발언이 나온지 하루만인 22일
KT(030200)는 '순액요금제' 출시 등 요금구조 개편안을 공개했다.
'순액요금제'는 약정을 해야 받을 수 있었던 할인금액만큼을 애초 기본료에서 낮춘 상품이다. 즉 기존에는 단말 구입시 약정을 통해 일정 금액을 할인받고 약정 기간에 중도 해지할 경우 할인받았던 금액을 위약금으로 납부해야 했지만, 순액요금제는 위약금 없이 이용기간 내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존 요금제의 약정 기간이 남아있는 고객도 자유롭게 순액요금제로 변경할 수 있다.
이 순액요금제는 약관신고를 거쳐 오는 12월 출시될 예정이며 KT 측은 이로 인해 매년 약 1500억원의 가계통신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KT는 오는 31일 '청소년 안심데이터 45' 요금제를 신규 출시하고, 11월부터는 기존 '광대역 안심무한 요금제'의 혜택을 강화해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소진할 경우 이용 속도를 400Kbps에서 3Mbps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09년부터 가입비를 1만5400원, 2013년 1만5840원, 2014년 1만1880원을 단계적으로 인하해왔으며, 오는 11월 폐지는 2015년 9월 완전 폐지하겠다는 정부 계획보다 10개월 앞당긴 것이다.
더불어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 요금제를 유지하면 이후 요금제를 하향변경해도 할인반환금을 면제해주는 '프리미엄패스' 서비스도 출시했으며, 약정과 무약정 요금을 일치하는 새로운 구조의 요금제도 빠른 시일 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원금 상향조정도 이루어졌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갤럭시노트4, 갤럭시S5 광대역LTE-A, G3 Cat 6 등 6종의 최신 단말에 대한 지원금을 약 5만~11만원 상향 조정했으며, 특히 갤럭시노트4의 경우 최대 지원금이 22만원으로 기존 대비 10만9000원 늘어났다.
LG유플러스(032640)도 이날 중고값 선보상 프로그램 'O(제로)클럽'과 12개월 후 기변시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U(유)클럽'을 선보였으며, 예약판매를 앞둔 아이폰6의 출고가를 70만원대로 선공개했다.
'O클럽'은 18개월 뒤 휴대폰을 반납하는 조건일 때, 통신사 지원금과 중고폰 가격 보상에 신규폰의 미래 중고가격을 추가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기존 아이폰5 고객이라면 아이폰6 지원금과 기존 중고폰 보상금에 더해 아이폰6의 18개월 뒤 중고폰 가격을 미리 보상받아 단말 부담금을 거의 없앤다는 것. 만약 18개월 뒤 단말 반납을 원치 않는다면 가입시 보상받은 금액을 12개월간 분할 납부하면 된다.
특히 8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돼온 아이폰6(16G)의 출고가를 LG유플러스가 70만원대로 제시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향후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제조사들은 주요 스마트폰 가격을 내렸다.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S4의 출고가를 기존의 69만9600원에서 64만4600원으로 5만5000원 인하했으며,
LG전자(066570)는 G3비트를 49만9400원에서 42만9000원으로 7만400원 낮췄다. 또 SK텔레콤 전용폰인 G3A는 70만4000원에서 64만9000원으로, LG유플러스 전용폰 Gx2는 69만3000원에서 59만4000원으로 각각 5만5000원, 9만9000원 인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지수'..정부 대책은?
이같은 사업자들의 후속 조치로 법 시행 효과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여전히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을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출고가 인하 단말기가 소수에 불과한데다 일부 위약금 문제가 해소됐을 뿐 실질적인 요금인하 대책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갤럭시노트4 등의 지원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고가 요금제를 써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KT의 순액요금제도 단말기 지원금이나 결합상품에 대한 위약금은 내야 하는 점 등이 허점으로 꼽힌다.
LG유플러스도 요금제 자체 인하보다는 기기변경을 전제로 한 혜택이 많고 대체로 서비스 초점이 아이폰6 출시에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통사와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협의가 진행 중이고, 정부 압박 이후 서비스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어떤 방책이 추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지원금 상한액(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기준을 '월 9만원'에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국회에선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미방위 소속 배덕광(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시장경쟁 촉진을 위해 지원금 상한 규제를 폐지하자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분리공시'가 재도입돼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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