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중공업이 신규 수주 감소와 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충당금 여파로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적자를 내며 시장 1위로서의 위상이 무너져 내린 가운데, 삼성중공업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 조선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해에 비해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설비에 대한 발주가 급감한 데다, 상선분야에서도 낮은 가격을 내세운 중국에게 일감을 빼앗기면서 3분기말 기준 연간 수주 목표량의 절반 가량을 겨우 채웠다. 여기에 건조경험이 부족한 플랜트 분야에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매출액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낮아졌다.
세계 조선 1위
현대중공업(009540)은 2분기 1조1037억원에 이어 3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6개월 동안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 원인은 2분기 때와 동일하다. 발전 플랜트 및 조선 계열사의 공사손실충당금과 신규 수주 급감.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4040억원, 영업손실 1조9346억원, 당기순손실 1조46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당기순이익도 적자를 지속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3.2% 줄고, 영업손실은 75.3% 더 확대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와 반잠수식시추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에 대한 작업일수 증가로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했다.
여기에 올 3분기까지 조선 분야 수주액이 133억달러에 그치는 등 부진한 수주실적도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는 250억달러로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연간 목표액의 53%에 불과하다.
2개 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AA'에서 'AA-'로 한 단계씩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했다.
또 주가 급락으로 올 초 19조원을 넘었던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도 5일 10시 기준 7조2352억원으로 급감했다. 무려 12조원이 증발하면서 시총 순위도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6월25일 한국전력을 제치고 시총 순위 3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새로운 경영진 취임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개혁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해양프로젝트의 손실과 신규 수주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보였던 드릴십 등 해양설비 수주가 크게 줄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2635억원, 영업이익 18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7%, 영업이익은 11.8% 감소했다.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액은 5.0%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30.8% 줄었다.
다만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해양플랜트 손실로 36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불안감은 여전하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누적 총 55억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연간 수주목표가 15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813억원 흑자로 전환됐다"면서 "특히 누적 세전이익은 1442억원으로 당초 공시한 연간 목표 20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수주난을 겪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신규 수주는 줄었지만, 마진율이 높은 고정식 해양설비와 드릴십, 초대형 가스선 실적이 3분기에 반영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또 지난해에 미리 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것도 도움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2228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5.4%, 영업이익은 16.6% 증가했다. 직전 분기였던 2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액은 6.7%, 영업이익은 31.5% 증가했다.
특히 최근 들어 셰일가스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가스선 수주량이 크게 늘었다. 가스선은 대우조선해양 전체 수주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효자 선종으로 자리 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스선 건조 경험이 가장 많은 데다, 다른 선종에 비해 선가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마진율이 높다.
전망도 앞선 두 조선소에 비해 긍정적이다. 야말 프로젝트의 남은 수주량도 이변이 없다면 대우조선해양 품에 안길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유럽과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LNG선 4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4분기 계획하고 있는 LNG선 수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연내 수주 목표인 145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4분기에도 조선업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설비 발주를 미루면서 해양플랜트 분야의 수주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노사문제, 삼성중공업의 합병 이슈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다만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LPG·LNG 가스선의 발주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NG선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선 4척을 비롯해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5척) 관련 수주도 예정돼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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