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단통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분리공시 도입 재논의는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강경한 반대가 첫번째 이유라면 두번째 이유는 당·청 눈치보기다.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한동안 '분리공시' 무산에 대한 강한 비판과 재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점차 '과연 혼란의 원인이 분리공시인가'라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기대치를 밑도는 이통사 지원금'이 뭇매를 맞으면서 지원금 상한액 폐지 등으로 쟁점이 옮겨갔다.
앞서 분리공시는 정부와 이통사, 삼성전자를 제외한 단말기 제조사, 유통점 등이 찬성하며 단통법의 핵심 조항으로 추진됐지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삭제를 권고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당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단 규개위 결정에 따라 고시안을 의결하고, 법 시행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 시행 이후, 공정한 지원금 경쟁과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분리공시가 재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4개의 단통법 개정안 중 3개가 분리공시 도입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도입 결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반발을 이기기가 어렵다"며 "더불어 분리공시 도입에 대한 당내와 청와대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또 한 이통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분리공시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결국 삼성전자의 전략이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 "단통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분리공시에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궁금한 건 최종 지원금 수준이고, 제조사 장려금 공개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조사에게 치명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즉, 삼성전자의 반발과 이에 공감한 정부 일각, 또 개정안 추진을 둘러싼 여당과 청와대의 부정적 태도가 나타나면서 분리공시 도입 여부는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나아가 지난 11월2일 발생한 아이폰6 대란 이후 이통사들의 분리공시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분리공시를 도입해야 이통사와 제조사간 투명한 유통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이통사들은 지난 대란에서 아이폰6에 대량의 리베이트를 실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아이폰은 제조사 장려금이 전혀 실리지 않기 때문에 대란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된 이통사들이 할 말이 없게 된 것.
이통사 관계자들은 "지금같은 여론 하에선 이통사들도 분리공시가 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할 수 없다"며 "현재 중요한 건 분리공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계속해서 분리공시 도입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최 위원장은 "규개위 심사 전까지도 분리공시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이야기했다"며 "여전히 분리공시 도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분리공시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은 충분히 밝히고 있다"며 "국회에 입법 발의를 해놓은 상태인 만큼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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