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3분기 모바일D램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회복했다. 최근 애플에 대한 모바일 D램 공급이 재개되자 매출이 18.5% 증가하며 과거 모바일D램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되찾는 모양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모바일 D램 시장 규모가 전분기 대비 6% 상승해 총 34억6000만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가운데 삼성전자가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난야 등이 뒤이었다.
상위 5개 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전분기 보다 점유율을 5%포인트 끌어올리며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약 두 배로 벌렸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 2분기 15%포인트 차이에서 3분기에 23%포인트 차이로 확대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의 약진이 애플에 대한 공급 확대 효과로 분석했다. 아울러 23나노 모바일D램 양산이 안정세에 접어들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고도화됐다는 평가다. D램익스체인지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업계 D램 기업들 중 가장 생산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성장이 다소 정체된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애플향 모바일D램 공급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점유율 30%에서 약 2%포인트 줄어든 27.6% 점유율을 기록했다. 공급 벤더가 늘면서 애플에 대한 납품단가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때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 초기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비롯해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파트너사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두 회사의 특허소송이 가시화되면서 점차 구매량이 줄었고 아이폰5S부터는 사실상 '탈삼성' 노선을 나타냈다.
애플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의 결별 이후 부품 수급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모바일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45.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아이폰에서는 메모리로 인한 제품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와의 부품 수급 관계가 다시 돈독해지면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삼성과 애플의 파트너십이 약해진 시점부터 실적이 급상승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의 모바일D램 공급업체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뿐이었기 때문에 단가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마이크론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3분기 점유율 하락폭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3%포인트 수준이지만 공급가격 협상력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단가 측면에서도 애플의 주요 D램 벤더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점유율 4위 난야와 5위인 윈본드는 상위 3개 업체와 매출 규모 측면에서 비교 자체가 어렵다. 난야의 모바일D램 매출이 전분기 대비 98%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모바일 메모리는 난야의 전체 매출 규모의 14% 수준이며 수익의 대부분은 PC D램에서 이익이 창출된다. 윈본드의 모바일D램 매출은 11% 가량 하락해 0.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편 내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부문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협력이 재개된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6에 탑재되는 20나노 AP 주문을 대만 TSMC로 돌리는 등 공급처 다변화를 꾀했지만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 테스트칩 개발에 성공하자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3분기 업체별 모바일D램 매출 및 점유율.(사진=D램익스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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