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주식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동안 악재로 작용해온 유럽 경기 불안이 한층 누그러진 데다 최근 중국과 일본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아시아 신흥국 증시의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지난 2004년에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신흥국 시장에 자금 이탈 등과 같은 큰 혼란이 초래됐다.
◇기지개 켠 亞 주요국 증시..외국인 자금 유턴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무려 7.6%나 뛰었다. 특히, 전일에는 1.4% 급등한 2604.35로 거래를 마쳐 지난 201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600선을 넘어섰다.
중국 증시는 올 한해 전체로 봤을 때도 뚜렷한 강세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1~10월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폭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행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20%를 상회한다.
일본 증시도 급격한 랠리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달 들어 6% 가까이 급등했고, 올 하반기 현재까지는 13.7%나 올랐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1~25일)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는 63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24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그간 신흥국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달 1~21일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6억18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만(27억9500만달러), 인도(21억7900만달러), 인도네시아(5억4400만달러), 태국(2억5000만달러)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도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순매도했던 직전월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일본 주식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HSBC는 이달(1~24일) 일본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107억달러에 이르러 직전월의 37억달러 순매도에서 급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종합지수 월봉 차트(자료=야후파이낸스)
◇日 이어 中도 통화완화..최대 리스크는 '美금리 인상'
최근 아시아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중국과 일본의 파격적인 돈 풀기 정책이다. 지난주 인민은행은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25bp) 낮춰 잡았다. 1년 간 대출 금리도 종전의 6.0%에서 5.60%로 0.4%포인트(40bp) 내려갔다. 일본은 중국보다 더 먼저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BOJ는 지난달 31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60~70조엔 수준의 연간 본원 통화 증가량을 80조엔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그간 신흥국을 짓눌렀던 최대 악재인 유럽발 경기 불안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국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인 방식을 동원해 물가 하락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CB는 다음달 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1조유로 규모의 국채 매입과 같은 추가 양적완화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시아 금융 시장의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미국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과는 다르게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지난달 자산매입을 중단한 연준이 언제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돼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 시장이 대규모 자금 이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IIF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연준의 긴축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부터 연준이 자산매입 종료 뒤에도 상당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시사해왔지만,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둘러싼 우려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3.9%를 기록, 잠정치에서 상향조정되면서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 큰 힘이 실렸다.
데벤드라 조시 HSBC 주식시장 스트래지스트는 "내년 금융 시장에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던 지난 2004년 6월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 6개월 동안 아시아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또 그 가치가 회복되기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조시 스트래지스트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분간 아시아 금융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 변동성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책으로 '신용 리스크'라는 또 다른 악재가 금융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스트 반 린더스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통화공급량이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빠른 신용 대출 성장세를 예의주시해야 하는데 특히 중국과 다른 동북 아시아 국가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부채 확대는 주가 랠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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