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제전망)③내년에도 믿을 건 수출 뿐이지만 `곳곳에 복병`
2014-12-09 10:00:00 2014-12-09 10:02:4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이른 시일 안에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며 4년째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또 1조100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무역실적도 기록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에도 수출이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 된 셈.
 
정부는 내년에도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자신하며 무역동향을 낙관했다. 그러나 국제경제에 변수가 많고 엔저가 지속될 모습이어서 복병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제硏 "내년 수출증가율 4%대..무역 1조달러 달성"
 
산업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등은 내년 수출증가율을 4%대로 관측했다.
 
올해 총 수출증가율이 3%대고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 중반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수출증가율은 비교적 점수가 후하다. 우리나라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세계 경제여건이 회복세여서 우리 수출도 순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도 "국제유가의 하락이 내년도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나라 수출에는 분명히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연구소별 2015년도 수출입 증가율 전망(사진=뉴스토마토)
 
경제연구소별 내년 수출입 전망을 구체적으로 보면, 산업연구원은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덕분에 수출이 늘겠지만 엔저에 따른 일본과의 경쟁 심회로 수출증가율이 4.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수입은 수출보다 다소 높은 6% 내외의 증가가 전망되며 무역수지는 올해보다 소폭 감소한 374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4%~5%의 수출입 증가율과 44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대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대 중후반의 수출입 증가율과 42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른 연구소보다 비교적 높은 수출입 증가율을 점쳤다. 미국 등의 경기회복세로 선진국의 수입 수요·단가가 개선돼 우리의 무역규모도 커진다는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기계가 수출 주도
 
내년에는 평균 4%대의 수출증가율과 400억달러의 무역흑자 달성이 전망되지만 업종별 수출 전망은 천차만별이다. 국제유가와 엔저, 중국 내수둔화, 선진국 경기회복 등 세부 업종별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달라 내년에 어느 업종이 수출을 이끌지 예단이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자동차와 철강 등 12대 주력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 경제회복과 부품 수요증대 등에 따라 수출이 늘고, 특히 조선과 반도체 수출이 1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은 연기됐던 고가 해양플랜트의 추가 인도와 2013년 선가 상승이 반영된 수주물량의 실적화 등으로 수출 증가가 예상되며, 반도체는 서버시장 확대, 웨어러블기기, SSD, 자동차 등 신규 응용분야 수요 확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중전기계와 플라스틱, 2차전지, 의료기기, 화장품 등 7대 유망산업의 수출이 꾸준히 늘면서 12대 주력산업의 수출 증가율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도 12대 주력산업의 총수출 내 비중은 77.9%로 올해(78.8%)보다 낮을 전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조선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이 올해보다 7% 정도 오른다고 봤다.
 
조선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액화천연가스(LNG)·액화천연가스설비(FLNG) 등 가스 관련 선박과 플랜트 제품의 발주 증가하고,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자 우위의 수급환경과 중저가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수출 확대가 기대됐다.
 
또 대형 발광다이오드(LCD) TV 비중이 확대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가격 인하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디스플레이 업종도 올해보다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산업경기를 올해보다는 낙관했으나 크게 개선되지는 않으리라고 관측했다. 국내외 경제가 회복세지만 성장세가 빠르지 않고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는 산업 사이클을 고려한다면 업종별 기상도 분석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3년과 2014년 주요 수출품 수출실적 비교(단위: 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중 FTA·한-英연방 FTA는 우리 수출에 도움?
 
내년부터 우리 수출전선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요인은 중국을 비롯해 영연방 3개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다. 한-중 FTA는 지난달 타결돼 현재 연내 가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FTA를 발효할 계획이다.
 
또 한-호주 FTA는 양국 정부가 필요한 국내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오는 12일 발효하는 것으로 합의한 상태고, 캐나다와의 FTA는 캐나다 측의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협정을 발효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내년 초에만 3개 정도의 FTA가 동시에 발효된다.
 
정부와 업계는 벌써부터 수출효과 계산에 바쁘다. 우리나라는 한-중 FTA로 중국 공산품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으며 호주·캐나다와의 FTA에서는 자동차 등의 수출효과가 예상된다. 농산물 시장에 개방이 불가피하나 수출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한-중 FTA로 중국 제품의 수입가격이 1%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며 "평균적으로 제조업 분야에서만 지금보다 매년 4억6000만달러 정도의 흑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은 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700곳에 벌인 조사를 보면, 기업 10곳 중 7곳은 한-중 FTA가 중국 시장 공략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화장품과 패션, 음식료 업종을 한-중 FTA 수혜종목으로 꼽았다.
 
영연방 국가와 맺은 FTA에서도 비슷한 분석들이 나온다.
 
정부와 증권가는 한-호주·캐나다 FTA를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는 미국, 멕시코 업체와 동등한 지위를 갖고 아직 호주·캐나다와 FTA를 맺지 않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유리한 시장조건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News1
 
◇5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돌파 가능성..곳곳 복병 조심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무역에 관해서는 매년 새 기록을 작성 중이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34개월째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011년 이후 4년째 무역 1조달러를 넘었다.
 
특히 올해는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으로 세계 교역증가율이 1.9%를 웃도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2.9%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해 세계 경기불황에서도 선전했음을 증명했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증가율을 보면 철강(9.9%)과 반도체(9.5%)가 9%대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고, 선박(7.7%), 무선통신기기(6.1%), 일반기계(3.4%) 등도 호조세였다.
 
수출증가와 무역흑자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 연구소들의 긍정적 분석을 그대로 따른다면 내년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될 모양새다. 하지만 불황형 흑자 기조가 말끔히 개선되지 않고 내년 세계 무역동향과 산업동향이 낙관적이지만 않은 점은 복병이다.
 
불황형 흑자란, 한 나라의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외견상 흑자로 보이는 상태다.
 
실제로 11월 수출입 실적을 보면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한 469억9900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그보다 더 큰 폭(-4.0%) 줄어 무역흑자가 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우리나라 무역흑자가 많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불황형 흑자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생겼다"며 "올해 11월까지 누적 수출증가율이 2.4%고 일평균 수출액도 늘어 불황형 흑자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장기 무역동향을 보면 5년간 수출이 573억달러 늘 때 수입은 566억달러 오르는 데 그쳤고 증가율도 둔화됐다. 정부가 매년 '최대 무역실적'이라고 자랑하지만 그런 만큼 수출이 많이 늘어난 게 아니라 몇 년간 수입 증가가 둔화됐던 셈이다.
 
◇2010년 이후 최근 5년간 수출·입 동향(자료=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내년 무역동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다른 이유는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세계경제의 장기정체론(secular stagnation thesis)'이 대두되고, 실제로 세계 교역증가율이 2%도 안 될 정도로 정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전세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009년~2014년에는 2.9%에 머물렀다"며 "외국에서는 노동시장의 이력현상과 잠재성장률 하락, 마이너스 국내총생산갭(실제 경제성장이 잠재 성장을 밑도는 현상) 지속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장기 정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인 요인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상황과 세계 교역증가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수출이 늘었고 무역규모도 커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수출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엔저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원화 환율이 100엔당 평균 950원으로 내릴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은 약 4%까지 줄고, 원화 환율이 100엔당 900원이 되면 8%대 급감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 역시 정유와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는 엔저로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가격경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국책기관,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수출동향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들의 예측이 대부분 잘 안 맞았다는 점도 섣부른 경제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든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책기관과 연구원들은 저마다 올해 수출 전망을 6% 내외로 분석했었다. 한국은행은 수출증가율을 6.9%~7.2%로, 수입증가율은 6.0%~6.5%로 내다봤고 산업연구원은 수출증가율을 6.7%, 수입증가율은 9.0%까지 예측했다.
 
그러나 정작 올해 11월까지 수출증가율은 3.1%, 수입증가율은 3.5%에 머물렀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올해 대비 내년도 주요 거시경제 전망(자료=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은 또 2014년에는 조선 업종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철강 수출도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으나 실제로 조선과 철강은 올해 11월 누적기준으로 7%~9%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이끌었다.
 
이처럼 이듬해 경제실적이 전년에 분석한 전망치를 매번 엇나가면서 정부가 긍정 일색으로만 된 전망만 가지고 경제를 운용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기관은 정부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전망치를 제시하는 일 많고 민간 연구소도 경제의 기저효과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온갖 대외 변수를 모두 고려한 전망이란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전망만 그대로 추종하면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는 우려다.
 
FTA 타결에 따른 수출효과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수행하는 FTA 경제적 영향분석은 FTA 협상을 진행할 당시의 경제적 여건을 배경으로 수행되므로 실제 FTA가 발효될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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