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동쪽 변에서 촬영한 고척돔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서울의 주요 간선로인 안양천로(서부간선도로의 안양천 반대편 간선로)와 경인로가 만나는 교차점엔 추운 겨울인 요즘에도 공사가 진행 중인 초대형 체육 시설물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겉만 봐선 무슨 건물인지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 건물은 이미 많은 유명세를 탔다. 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물론 사회 담당 기자들도 종종 다루고 있고 지붕을 씌울 당시 모습은 다큐멘터리로 엮여져 방송을 탔다.
많은 기대를 받은 '최초' 시설이지만 논란도 잦은 건축물. 대한민국 첫 돔 야구장인 서울시 서남권 야구장(일명 '고척돔') 공사는 내년 하반기 개장 목표 속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고척돔 공사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살폈다. 24일 현재 고척돔 공정률은 79%다. 겨울철인 만큼 물을 쓰지 않는 공사와 실내 공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고척돔은 구일역과 가까운 장소에 있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현재 안양천 동쪽으로만 개설된 역의 출구를 고척돔과 이어질 서쪽에도 만들기 위해 공사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서쪽 출구가 개통될 경우 고척돔과 구일역은 5분 이내에 이동 가능해진다. (사진=이준혁 기자)
◇우여곡절 속에 진행된 고척돔 공사
고척돔 공사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지난 2009년 4월15일 서울시는 공식 발표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구계의 오랜 염원인 돔구장 건립과 관련, 야구계(강승규 대한야구협회(KBA) 회장,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현재 「하프 돔」으로 추진 중인 고척동 서남권 야구장을 「완전 돔구장」으로 변경하여 건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의 발표 이후 각종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은 돔구장 전환결정을 환영했다. 야구계도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반겼다.
하지만 2010년 10월13일 서울시의회는 고척돔의 신축에 필요한 돔구장으로의 설계변경안을 부결처리했다. 당시 부결로 결정된 명목 이유는 '투자적정성 재검토'였다.
이같은 시의회의 제동에 닷새 뒤인 18일 KBA, KBO,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 등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고척돔을 약속대로 예정에 맞춰 건립할 것을 요구했다. 삽시간에 시의회는 많은 비판을 받게 됐다.
결국 부결 결정은 뒤집히고 공사는 시작됐다.
이후 1년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 건설에 야구 팬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서울 3개 프로구단 누구도 고척돔 입성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주변 주민들의 피해 문제로 이전 대상일 수밖에 없던 넥센조차 쉽사리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서 우려는 커지기 시작했다. 구장 사용료와 광고권 확보 문제에 따른 갈등이 프로 구단에 고민을 안겼다.
◇내야 고층부 가운데 지점에서 촬영한 고척돔 외야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전문 기업에 시설개선 컨설팅 맡겨 개선한 서울시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활기차게 돌아갔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현대산업개발·한진중공업·성지건설), 분야별 협력사, 발주자인 서울시, 모두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기간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원활한 공사가 이어졌다.
아울러 서울시는 시설개선을 위한 컨설팅 작업을 수개월간 진행했다.
시가 컨설팅을 맡긴 곳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스포츠시설 건축설계 전문기업인 미국 로세티(ROSSETTI)사다. 로세티는 한국인 임원인 정성훈 이사를 파견해 고척돔의 총괄 컨설팅을 진행했다. 정 이사는 지난 16년간 세계 각국의 경기장 건설과 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다.
최근 방문한 고척돔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이 느껴졌다.
◇외야 저층부 가운데 지점에서 촬영한 고척돔 내야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수익을 내기 좋은 야구장 '고척돔'
고척돔이 건설되던 초기에는 돔구장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용도도 아마추어용 야구장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돔구장으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 건설비용을 감안하면 돔구장에는 프로야구 정규 경기가 열릴 수밖에 없다. 또한 관중이 많지 않은 아마추어 야구와 수익 창출이 목적인 프로야구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지난해까지 고척돔의 수익 모델은 뚜렷하지 않았다. 경인로변 공간의 임대를 통한 임대료 수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찾은 고척돔은 프로야구장으로서의 면모가 확연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이 늘었고, 대규모 관중 이동에 대한 준비도 느껴졌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도 적잖게 바뀌었다.
우선 스카이박스가 크게 늘어났다. 당초 설계에는 전혀 없었다가 2실(최대 4실 분할 가능)이 생긴 스카이박스는 최근 설계변경 작업을 통해 16실로 대폭 늘었다. 내야의 저층부 좌석의 바로 위를 두르는 형태로 변했다.
전망 좋은 곳에 지정석과 뒤의 방을 갖춘 스카이박스는 고가에 판매되고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간 임대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그래서 스카이박스는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단에서도 대표적 수익 시설로 꼽힌다.
타석 뒤엔 '다이아몬드클럽'(가칭)도 있다. 좌석·별실 결합이란 점에서는 6~12인 규모 스카이박스와 동일하나 무려 290인 정도 규모로 초대형이다. 아울러 좌석의 뒷 라운지에서 식사와 다과가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이용권을 공항의 라운지 이용권처럼 미리 사두는 기업도 많다.
매점 시설도 탈바꿈했다. 오징어나 가공식품 등의 반조리만 되던 기존 야구장과 달리 식당의 역할도 가능하게 수도와 가스 배관을 강화했고 공간도 넓혔다.
1루 방향과 3루 방향의 지하에 위치한 실내연습장을 복층화해서 홈구단의 락커룸과 샤워실로 탈바꿈하는 작업도 마쳤다. 그동안 실내연습장은 층고가 6~7m일 정도로 지나치게 높았다. 이번 개선작업을 통해 실내연습장에 층을 형성하면서 프로 구단에서 사용할 공간을 증설했고, 이와 별도로 구단이 사용할 사무실 공간도 더욱 확충했다.
◇고척돔(서울시 서남권 야구장) 현장에서 4년째 근무하는 최상혁 대리가 지하 공사현장을 설명 중이다. 고척돔은 주차장을 스탠드의 하부 공간에서 그라운드 하부 공간으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구단 사용 시설과 수익시설을 더욱 확충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준혁 기자)
◇진화를 이어가는 야구장, 고척돔
고척돔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었다. 아마추어 개방형 야구장에서 돔구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도 있지만, 최근 1~2년간의 구장 시설 변화는 긍정적으로 바라볼만 하다. "늦었지만 지붕을 벗겨내자"는 말이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상전벽해다.
근래들어 각계 의견을 폭넓게 듣고 소통하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야구학회와 함께 한 '서남권 돔 야구장 활성화 및 서울시 야구 발전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을 비롯해 체육·건축 전문가와 언론의 의견을 듣고자 노력했고, 시민들의 의견도 성실히 수용 중이다. 외국 스포츠건축 전문가 컨설팅도 그러한 조치의 일환이다.
편안한 환경을 추구하다 보니 좌석수는 1만8092명(24일 현재)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만큼 고급좌석을 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철 구일역과의 접근성을 강화했다.
겨울철 등 야구 경기가 없을 때 각종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음향·영상 인프라를 개선했고 냉·난방 시설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이제 고척돔은 야구계로부터 충분히 '제값'을 받을 만한 시설로 탈바꿈했다. 고척돔이 시민들의 여가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고척돔의 홈팀 불펜(위)과 라커룸 및 샤워장(아래). 불펜은 외야석 하부에 조성되며 선수 라커룸 및 사워장 등은 내야석 하부에 생긴다. 샤워장엔 대형 사우나도 공사 예정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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