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공기관의 부채가 매년 급증한 가운데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탓에 재정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공공요금을 올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지만 정부가 늘린 부채를 국민 혈세로 갚는 꼴이 돼 반발이 예상된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23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조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해 말 공공기관 부채는 전년보다 29조8000억원 올랐다"며 " 부채 상위 30개 공기업의 부채는 전체 303개 공공기관 부채의 71%"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2조3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66.0% 증가했고, 한전의 부채는 104조1000원으로 5년 동안 121.5% 올랐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의 부채는 34조7000억원, 도로공사는 25조9000억원, 석유공사는 18조5000억원, 철도공사는 17조5000억원, 수자원공사는 13조9000억원이었다.
7개 공기업의 이자비용으로 발생하는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49조4000억원으로, 도로공사와 수자원공사, 철도공사의 금융부채 비율은 80%를 넘고 토지주택공사와 한전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커서 수익으로 금융이자 비용도 못 갚는 상황에 처했다.
보고서는 이런 부실재정의 원인으로 역대 정권의 무리한 국책사업을 첫손에 꼽았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따른 부채만 9조2407억원으로 전체부채의 66%나 됐다. 토지주택공사도 혁신도시 개발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산업단지 개발 사업 등으로 11조8000억원에 가까운 부채가 생겼다.
◇4대강 공사 현장 모습.(사진제공=국토교통부)
한전과 가스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등은 정부의 요금규제가, 한전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은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손익이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공공요금 현실화를 통해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한전과 수자원공사 등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조 조사관은 "공기업이 제공하는 전기, 수도, 가스 등은 국민경제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낮은 수준으로 요금을 규제했다"며 "공공요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보상률 검증 기능을 강화해 적정한 요금수준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 스스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원가 검증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공공요금별 가격산정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공공요금을 원가수준에 연동시키는 공공요금 원가연동제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재무진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으며,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의 범위를 확대해 국책사업에서 공공기관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도록 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를 공공요금 인상으로 충당하자는 주장에는 벌써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국민이 반대한 4대강 사업으로 공공기관 부채를 늘렸고 낙하산 임직원의 고액연봉과 과도한 복리후생, 성과급이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진짜 원인"이라며 "정부가 재정확대로 내수를 살리겠다더니 국민 혈세를 통해 재원을 충당할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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