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12월에서 이듬해 1월 제주도에는 약속된 공식이 있습니다. 하락하던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상승 중이었다면 가속을 붙이는 신들린 계절. 정확히 말하면 신이 빠져나간 시기인데요.
신구간과 제주도 집값 사이에는 덧셈보다 훨씬 쉬운 공식이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신구간이라는 고유 풍습이 있습니다. 신구간은 제주도 세시풍속으로 집안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비어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 등 풍속상 금기된 일을 할 수 있어 제주도는 이 시기에 이사가 몰립니다.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 약 7일간으로, 이를 전후한 12월~1월 전셋값과 매매가는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2013년 12월에서 2014년 1월 신구간. 제주도의 아파트값은 0.25% 상승했습니다. 높지 않은 상승률이지만 그해(2013년 2월~2014년 1월) 제주도 아파트값이 0.70% 떨어지며 침체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신구간이 가진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2년 12월에서 2013년 1월 신구간에는 두달 사이 6.77%가 상승했습니다. 그해 전체 상승률인 14.18%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육지로 치면 겨울 비수기로 하락해야 할 시기, 제주도는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신구간의 영향력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1~2012년 신구간 영향기 6.77% 올랐던 아파트 매매가는 2012~2013년 0.61%로 낮아졌습니다. 2013~2014년은 0.25% 상승했고, 2014~2015년은 12월만 지난 현재 0.13% 올랐습니다.
제주에서 새삶을 찾거나 영어교육을 위해 찾아온 외지인이 급증하고, 젊은세대의 인식 변화가 원인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11월 제주도의 인구 순이동률은 0.19%를 기록했습니다. 3.66%을 기록한 세종시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세종시는 정부청사 이전과 행복도시의 개발 등 정책적 이유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주다. 특히 육지 거주자끼리의 이동과 육지 거주자의 제주 이동에 따른 변화는 다릅니다.
매년 겨울, 고유풍습인 신구간에 따라 제주도의 아파트와 전세값은 약속이나 한듯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이삿집업체는 연중 최고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고 젊은 세대들의 외부 문화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전에 제주에서 만난 중개업자는 "육지에서 넘어온 많은 사람들이 기반시설과 교육환경이 양호한 제주시 연동과 노형동으로 몰려왔고, 노후와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환경이 뛰어난 서귀포로 많이 들어면서 집값과 땅값을 많이 올려놨다. 외지인이 늘어나는 만큼 부동산시장과 거주문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구간과 그에 따른 대이동, 매매·전셋값 상승은 앞으로 얼마 후면 어른들한테 들을 수 있는 설화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땐 그랬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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