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올해부터 시행된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철강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배정한 할당량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생산량 감축이나 과징금 추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재의 공세,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 감소 등 업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배출권 거래제마저 겹치면서 부담은 이중, 삼중으로 늘었다.
20일 한국철강협회 추정치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올해 조강생산량은 약 7600만톤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철강업계에 배정한 온실가스 할당량에 따른 생산 가능량은 6900만톤에 불과해, 배출권을 사지 않을 경우 연간 700만톤 이상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다. 향후 3년간 발생하게 될 생산 제약분도 약 2400만톤으로 전망됐다.
철강협회는 할당량 부족분을 시장가격(1만원/톤)으로 구매할 경우 3년간 3653억원, 과징금(3만원/톤)으로 채울 경우 1조958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증설을 마치고 올해부터 800만톤 가량 추가 생산할 예정이었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국내 기업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후 받는 타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포스코는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 관련 설비 투자에만 1조43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올해 할당한 양을 맞추기는 힘들어 대규모 과징금 추징이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관련 설비 투자로 2020년까지 현재 평균 조강 1톤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9% 감축해 총 1400만톤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도 "올해 할당받은 양이 부족해 정부에 다시 늘려달라고 건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최근 고로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부생가스발전소에 연료로 공급해 국제인증(VCS)을 받았고 쇠똥을 자원화 하는 등 온실가스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과징금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권오준 한국철강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협회 신년인사회에서 "배출권 과징금을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으로 준다든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중국과 차별이 생긴다"며 업계의 우려를 대변했다.
반면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1월 오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을 발의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이미 단기목표인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을 지난 2009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며 "기후변화법 제정은 미래세대의 안전한 삶을 위한 현 세대의 포기할 수 없는 책무"라고 역설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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