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길 열렸지만 너도나도 '손사래'
도박 부정적 이미지 우려로 접근 못해
2015-01-21 09:50:06 2015-01-22 10:27:18
◇지난해 3월 정부가 외국계 카지노업체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의 인천 영종도 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설립 사전 심사 적합 통보를 한 후 영종도 미단시티개발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카지노복합리조트 모형을 보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선뜻 물기 어려운 먹잇감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을 국내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나, 아직까지 나서는 대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카지노 사업이 갖고 있는 특유의 도박산업 이미지 탓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2곳을 추가로 유치하기로 하고, 최대 출자자를 '외국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제를 '국내투자자'로 확대하도록 했다.
 
특히 정부는 삼성이나 현대차를 직접 언급하며 대기업도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종전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가능했던 지역 제한도 풀었다. 전국 어디에서나 리조트 설립이 가능해진 것. 정부 설명대로라면 삼성카지노, 현대차카지노의 등장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지극히 낮아 보인다.
 
정부 정책 발표 직후 당장 한국전력 부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현대차가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았으나 현대차 측은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건립을 계획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호텔과 카지노, 면세점 등이 함께 들어설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인데, 현대차 측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잘라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에서 삼성과 현대차를 언급한 것은 대기업도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징적인 의미로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또 그동안 카지노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롯데나 코오롱 등에서 이번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사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카지노 사업은 전혀 검토되고 있는 바가 없다"며 "카지노라는 업종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대기업이 나서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도 "우리는 지방에 조그만 리조트를 하나 운영하고 있지만 계열사에서 리조트 사업을 권하지 않는다. 이번 정부 대책에도 해당사항은 없어 보인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정부에서 대기업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고, 특정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카지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업체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다. GKL은 오래전부터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건설을 희망해 왔으나 외국인 투자비중제한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복합리조트 2곳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으니 한 곳은 국내 업체, 다른 한 곳은 외국 업체에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업체 중에서는 GKL이 꾸준히 희망해 온 터라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복합리조트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기는 어렵다. 대기업이 리조트를 건설하고, 카지노사업만 외부에 내주는 현재의 호텔 카지노 방식으로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훼손하지 않고 리조트 사업은 할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SK그룹의 워커힐 호텔 내 카지노는 파라다이스가 운영하고 있고,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는 마제스타가, 롯데호텔제주 카지노는 두성이 맡고 있다.
 
한 대기업 그룹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카지노를 직접 경영하는 일은 없다. 호텔에서도 카지노는 외부 업체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카지노를 낀 복합리조트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은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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