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정부가 전월세난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카드를 내놨지만 임대료 수준 등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의 일환으로 민간임대리츠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을 계획, 인천 도화지구를 첫번째 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인천도시공사가 보유한 도화동 도화지구 5블록, 6-1블록에 약 2000가구 규모로 공급되며, 시공과 관리·운영은
대림산업(000210)이 맡았다. 임대료는 면적에 따라 보증금 5000만~9000만원, 월 임대료는 40만~60만원 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현재 기준 주변 시세로만 본다면 '뉴스테이 1호'에 얼마나 많은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일 지는 미지수다.
전용면적 59㎡ 기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만원만 잡아도 전월세 전환율 4.5%(도화 '누구나집' 기준)를 적용하면 전세금 1억5000만원으로 환산된다. 인근 전용 67㎡ 아파트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지는 않다.
보증금 7000만원, 월세 50만원 정도가 예상되는 전용 84㎡ 역시 전세금 환산시 2억원의 부담이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면적의 입주 2년차 아파트가 최근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시기와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전세 매물이 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있고 5000만원짜리 전세는 2000만원만 더 주면 매매도 할 수 있다"며 "월세는 보증금 500만~3000만원에 월 30만~60만으로 다양하며, 전세보다 물건이 많아 가격을 내린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뉴스테이가 서민이 아닌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양질의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중산층들이 이같은 가격을 부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수도권 뉴 스테이의 입주 대상으로 보고 있는 소득분위 5분위에 해당하는 중산층은 정작 매달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월세를 내며 거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2009~2018년 인천광역시 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소득5분위의 경우 ▲자가 68.4% ▲전세 27.2% ▲보증금 있는 월세 3.3% ▲보증금 없는 월세 1% 등으로 주택 점유 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질 수록 임차보다는 자가, 임대차 중에서는 전세의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전세금을 내고 살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외면한다면 서민은 어떨까. 도화동이 속한 인천 남구는 소득 1~2분위 비율이 36.2%로 동구(46.5%)와 더불어 저소득층 가구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이들 역시 주변에 저렴한 월세 방이 있는데 굳이 비싼 임대주택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기대할 수 있는 수요는 극심한 서울 전세난 탓에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이 편한 곳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렇다 할 버스 노선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지난해 도화동 '누구나집'이 나왔을 때 교통 문제가 걸려서 청약을 앞두고 포기한 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버스를 이용하려면 오거리쪽으로 걸어 나와야 하고 지하철역도 위치가 어중간하다"고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어쨌든 임대주택 공급은 필요하고 공공차원에서는 부담이 되니 민간차원에 일정 부분 당근책을 추고 공급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산층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그 선택을 받느냐는 기업이 초기 임대료를 얼마로 산정하는지, 분양아파트만큼 잘 짓는지, 입지가 좋은지 등에 달렸는데 수요자들이 덜 선호하는 곳에 말도 안되는 비싼 임대료를 받는다면 당연히 외면받을 것이고, 그에 따른 건설사들의 리스크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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