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조선 3사가 지난해 4분기 바닥에서는 탈출한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2, 3분기 충격적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적자 탈출에 또 다시 실패하면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3일 증권업계가 추정한
현대중공업(009540)의 4분기 영업손실은 2420억~455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870억원) 대비로는 3~5배 늘 것으로 예상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3분기(1조9300억원)보다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2·3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연이어 냈던 것에 비하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흑자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쌓는 등 새로운 수장을 맞아 흑자 기반을 깔아줬지만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는 분석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조선, 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했고 4분기부터는 추가비용 발생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유가 급락으로 정유부문에서만 136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돼 흑자전환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정유부문을 맡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고도화가 잘 진행된 데다, 타 정유사들 대비 물량이 적어 재고 관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정유부문 손실은 크게 와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이 올 1분기까지 영업손실을 지속하다가 2분기 중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400억원~15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70억원~1960억원으로 직전 분기였던 3분기(1820억원)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됐다.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마진율이 큰 드릴쉽의 매출 비중(30% 이상)이 여전히 높고, 에지나(Egina)·이시스(Ichthys) 등 해양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던 손실 반영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와 호주 이시스 CFP를 건조하면서 발생한 공정 지연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 7000억원이 넘는 공사손실충당금을 떠안았다. 이로 인해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더 이상의 추가 충당금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올해도 드릴쉽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해졌다.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1590억원~169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1년부터 드릴쉽과 LNG선 위주의 수주가 진행됐기 때문에 실적 안정성이 돋보이고 있지만, 올해부터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여 신규 수주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의 4분기 영업이익은 1200억원~1350억원으로 전분기(1350억원)와 전년 동기(1310억원) 대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현재 수주잔고가 60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이 같은 선방의 뒷받침이 됐다.
올 들어서도 벌써 8600억원 규모의 LNG선 4척을 수주해 양호한 물량 확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해양설비 수주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1160억원~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후퇴할 것으로 제시됐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NG선 수주 모멘텀은 올해 역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유가 약세로 인한 해양설비 수주 둔화가 수주 성장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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