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과 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패션 산업은 여성의 심리를 파악하고 욕구를 충족 및 자극하며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권리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성과 패션산업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영국에서 유명인들의 호응을 통해 한창 이슈가 되었던 ‘페미니스트 티셔츠’가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를 통해 생산되었다는 모순적인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의 권리와 패션산업 사이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는 것일까? 12월 2일 Justmeans에 실린 다음 기사는 H&M의 혁신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Justmeans 홈페이지 캡쳐
지난 11월 뉴욕에서 열린 BSR1 2014 회담에서, H&M의 CEO인 Karl-Johan Persson은 패션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지에 대해 연설했다. 올해 회담의 주제는 투명성과 변화였으며, 그 중에서도 개방성을 높이는 일이 어떻게 회사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가 초점이었다. 이 회담과 Persson의 연설은 대서양을 건넌 영국에서 한참 ‘페미니스트 티셔츠’에 관한 유감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기에 아주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영국의 하이스트릿 브랜드인 Whistles와 패션 전문 잡지인 Elle, 그리고 오랜 동안 활동해오고 있는 페미니스트 단체인 The Fawcett Society는 지난 11월 추문에 휩싸였다. 그들은“이것이 바로 페미니스트의 모습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쓰인 티셔츠를 기획 및 홍보 해왔는데, 이 티셔츠가 실제로는 시간 당 62p(한화로 약 천 원)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모리셔스(인도양의 아프리카 섬)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일간지 The Mail의 일요판에 실렸기 때문이다. 모리셔스 섬에서 일하는 이주자 여성들의 생활 및 노동 환경에 대한 묘사는 끔찍하다. 그들은 긴 노동시간과 쥐꼬리만한 수당, 그리고 감옥과 같은 생활환경에 놓여있다.
이는 Persson의 연설이 중요했고, 또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그는 지속가능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몇 가지 선결 조건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지속가능성이, 공급자부터 소비자와의 관계에 이르는 사업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생각을 얻고 적용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여러 선결 조건 중 하나다.
그는 H&M이 얼마나 스스로의 국제적 입지와, 규모 그리고 헌신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지를 강조했다. H&M은 세계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관조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 기업은 자신의 규모와 영향을 마땅한 곳에 써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Persson이 말했다. 단순히 H&M의 공급자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엄청난 인내와 장기적인 작업을 요한다.
이러한 과업의 한 가지 예는 H&M의 공정 임금 지급 정책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H&M에 납품하는 생산국의 공급자로 하여금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 임금을 주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일 년 전에 처음 시행되었으며, 3개의 모범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 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이번 겨울에 시작되지만, 이미 몇몇 긍정적인 조짐이 있다. Persson은 H&M이 공급자들에게 적절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그들이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패션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변화 시켜야 합니다”라고 Persson이 말한다. “패션 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 방법은 소비자 라벨링입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상품이 무엇인지 가능케 하는 것이죠. 이 제도는, H&M의 공급자 목록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패션 산업의 투명성 및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의 의류 산업 환경을 혁신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도 시급합니다.”
결국 ‘페미니스트 티셔츠’와 관련된 논쟁은 패션산업의 노동력 착취 문제다. 그 티셔츠가 ‘여성의 권리를 보장 한다’는 내용의 슬로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여성’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모순성이 강조되었을 뿐이다. 꽤 오래전부터, 특히 2013년의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화재 사건 이후 패션산업의 노동력 착취가 공론화 되고 그 해결책이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발생한다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H&M을 비롯한 여러 패션 업체들의 자발적인 변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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