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호황기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국내 상장기업의 자금 상황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하락으로 조기상환 청구된 CB 및 BW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이들 채권자로부터 자금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했던 CB 및 BW가 오히려 자금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채 원리금 미지급 발생’ 공시를 낸 상장사는 9개사.
코스피상장사 2개사와 코스닥시장 7개 상장사가 조기상환된 CB 및 BW를 갚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코스피시장 상장사인 현대금속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사채권자의 CB 조기상환 요구가 있었으나 유동성 문제로 인해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상환된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21억2866만원.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8.03%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금속 측은 제48회 CB를 발행 중에 있다며 공모자금이 조달될 경우 이를 사채권자에게 상환할 예정이다.
코스닥상장사인 하이스마텍은 상환자금 부족으로 지난 2007년 10월 19일 발행한 국내 공모CB에 대한 미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같은 날 공시했다.
또 에너라이프 및 테이크시스템즈는 지난달 16, 17일 상환된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사유는 유동성 문제. 사채권자에게 사채 원리금을 상환할 자금이 없어 지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동아회원권그룹 및 동산진흥, 아이니츠,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이 유동성 문제로 인해 올해 들어 상환된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A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운영자금 사정을 좋게 하려던 CB 및 BW가 상장사의 자금 현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상장사들이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 및 CB 발행 등 추가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로 인한 악순환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7년까지 증시 호황기를 맞아 많은 상장사들이 CB 및 BW를 발행했던 만큼 향후 상환요청이 들어온 사채를 갚지 못한 상장사들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들어 심해진 자금시장 가뭄 속에 국내 상장사들이 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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