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송광고 제도 개선에 대해 미디어 업계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13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방통위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나고 열리는 첫 번째 의견 수렴의 장이다.
이 자리에는 방통위 관계자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PP사업자, 전문PP사업자,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광고산업협회,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여해 방송광고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12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진양기자)
◇유료방송·지상파 모두 불만인 '광고총량제'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익만을 강조할 뿐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두고 신문, 유료방송, 지상파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모두 편성시간당 총량제를 도입하려 한다. 유료방송에 대한 시간당 총량제와 칸막이 규제가 있었던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 기준을 통일시키려는 것이다. 다만 매체 특성을 감안해 유료방송에 대해 허용 총량을 조금씩 많게 배정했다.
케이블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최수경 CJ E&M 미디어솔루션본부 전략기획담당은 "규정된 시간만 보면 유료방송에 허용된 광고 분량이 더 많아보이지만 시간당 2분인 큐톤을 감안하면 지상파보다 48초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큐톤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광고총량제를 진행한다면 지상파 중심 정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비대칭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편 업계를 대표해 나온 고종원 TV조선 경영기획본부장도 "방통위의 규제 완화가 방송광고 시장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미디어 생태계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광고시간을 평균 12분, 최대 15분까지로 확대시켜 줬으면 한다"며 "돈을 내고 보는 유료방송을 광고 규제 완화의 테스트베드로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료방송에서 우선적으로 규제완화의 효과를 점검한 후 지상파로 확대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최근 몇 년간 매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방송 광고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지는 낡은 규제는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며 "방송광고 전체가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상파에도 중간광고가 허용돼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방송산업 활성을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려 한다면 지상파에 대한 또 다른 칸막이를 없애달라"며 "매체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뉴미디어의 비상을 견제해야"..시청자 소외 지적도
유료방송과 지상파 방송이 광고 재원 이동 문제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가운데, 모바일과 인터넷 등 방송광고의 경쟁자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작년도 광고시장 성장률을 보면 모바일 부문은 60% 가량 확대됐지만 방송광고는 성장이 없었다"며 "방송의 현주소를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행봉 광고산업협회 전무 역시 "신문, 방송, 라디오, 잡지 등 이른바 4대 매체가 광고시장의 전부였던 90년대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적어도 광고 차원에서 어느 매체를 규제하고 어느 매체를 진흥하는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총량제로 인한 효과나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는 것은 가상광고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송광고 규제완화로 시청권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시청자가 가장 많은 배려를 받아야 하는데 모든 토론자들이 경제적인 숫자에만 몰입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도 시청자 권익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 규제 완화가 되레 시청권을 퇴보시킬 여지가 있다"며 "일부 민영방송들이 콘텐츠 제작 선순환 구축보다는 주주이익 제고에 치중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시청권 제고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지금까지 발간된 보고서 중 시청권 훼손에 대한 영향 평가 등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곳은 아무곳도 없다"며 "사업자간 갈등 조정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 복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신문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 방송 특혜정책'인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반복한 후 공정회장을 떠났다.
허 사무총장은 "방통위가 방송광고 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적절한 주체가 아니다"라는 다소 거친 발언도 내놨다. 광고총량제 등의 도입은 신문, 지상파, 유료방송, 잡지 등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일대 사변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아닌 국내 전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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