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사장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고재호 현 사장이 다음달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임설이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매각을 이유로 교체설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달성, 흑자기조를 이어간 만큼, 이 같은 실적은 고 사장의 경영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지위를 내세워 변동성이 큰 시장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이사회 일정을 이달 말로 한 차례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일정 연기가 차기 사장 후보 인선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기 위해서는 사장추천위원회에서 검증한 후보자가 이사회에서 이사로 선임돼야 한다. 하지만 13일 예정대로 이사회를 진행할 경우 후보자 검증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아직 구성도 마치지 못한 사장추천위원회는 설 이후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위원회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들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주총에서 다뤄야 할 안건을 2주전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3주 전에는 이사회를 열고 단독 후보자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26일 이전에 이사회가 열려야 한다. 사실상 이사회가 열리는 날 고재호 사장의 연임 여부와 함께 차기 사장의 면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의 연임을 주장하는 쪽은 지난해 실적을 근거로 든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3사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달성하고 흑자기조를 이어간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 합의에 성공했으며 노조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면목이다.
이와 함께 주주총회 한 달 전까지도 차기 사장 후보가 거론되지 않고 있는 점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12년 고재호 사장 선임 당시에는 사장추천회 구성 이전부터 여러 명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며 치열한 물밑싸움을 펼쳤다.
반면 교체설을 주장하는 쪽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변수라고 강조한다. 산업은행은 1월1일부로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이전 정부 때마다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으로 부각될 수 있어 청와대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이는 청와대의 직간접 입김을 유인하는 요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을 서두르기 위해 정부의 의중을 받들 인물을 새로운 사장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새 인물을 앞세워 선제적인 내부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지금도 몸을 담고 있는 박동혁 부사장, 고영렬 부사장, 이병모 부사장 등 3명이 후보로 꼽힌다.
박동혁 부사장은 선박1영업담당, 생산지원본부장, 생산총괄장에 이어 현재 장보고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의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지만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해 의문을 남겼다.
이병모 부사장은 생산지원본부장, 협력사운영담당,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쳐 2011년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대한조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고영렬 부사장은 전략기획실장과 종합기획실장,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현재 사업총괄장을 맡고 있다.
내부에서 박 부사장과 이 부사장은 조선통으로, 고 부사장은 전략 및 기획통으로 불린다. 특히 고 부사장은 지난 2012년 고재호 현 사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딱히 사장을 바꿀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마땅한 후보도 없는 상황이어서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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